[간밤의 TV] '지금을 소중히'…'미래일기' 먹먹한 여운 남기며 인상적 시작

2016-09-30 09:26

'미래일기' 1회 방송 장면[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흔한 분장쇼일 줄 알았던 '미래일기'가 뜻 밖의 감동과 여운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29일 오후 첫 방송된 MBC 새 예능 프로그램 '미래일기'에서 가수 겸 프로듀서 이상민, 개그맨 박미선-이봉원 부부, 이종격투기선수 김동현이 출연해 미래롤 시간여행을 떠났다.

60대가 된 이상민은 부채를 탕감하고 42평 아파트, 5층 건물을 소유한 엔터테인먼트 사 사장이 돼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생애 마지막 날을 맞이한 그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 하는 엄마에게서 지난 시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77세와 81세가 된 박미선-이봉원 부부는 졸혼을 한 상태였다. 졸혼이란 2000년대 초반 일본 작가에 의해 탄생한 단어다. 부부가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떨어져 일정 기간을 지내며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만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각자의 삶을 사는 형태의 결혼생활을 뜻한다.

시청률 50%를 돌파한 국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박미선은 자신의 70대에 만족스러워했다. "아직 치아도 틀니가 아닌 것 같아. 예쁘네"라며 만족감을 드러낸 그는 이후 다른 할머니들과 어울려 당구를 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같은 시간 80대가 된 자신의 얼굴을 본 이봉원은 "사람이 늙으니까 말도 천천히 나오고 힘이 없어진다. 사람이 겸허해지게 된다"며 거울을 본 채 침묵했다.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아내 박미선을 자신의 '구세주'라 표현한 그는 지난 시간의 진심을 담아 박미선에게 편지를 썼다.

김동현은 친모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났다. 60대, 80대가 된 두 사람은 먼 거리에서도 서로를 한 번에 알아봐 감동을 안겼다. 김동현은 이후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80대가 된 엄마를 본 뒤) 참 곱게 늙었다는 생각을 했다. 주름도 많이 보이더라"며 "나는 엄마 없이는 못 산다. 80대가 된 엄마를 보니 지금이라도 행복하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 사이 김동현이 걱정하던 반 대머리가 돼 있다는 설정, 박미선이 실제로는 자신보다 20~30살 위인 할머니들을 상대로 실력 발휘도 못 하고 당구에서 지는 상황, 60대가 된 아들을 못 알아보는 이상민의 친모 등이 웃음을 안겼다. 예능 프로그램다운 웃음에 감동까지 삽입한 '미래일기'는 색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