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드러난 이정현 리더십, 투쟁 동력도 '흔들'
2016-09-29 18: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투쟁 일변도' 노선을 선언한 새누리당이 흔들리고 있다.
국정감사 복귀를 꺼낸 이정현 대표의 리더십은 추락했고, 일부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이탈 움직임도 이어지면서 대오는 이미 흐트러진 상태다.
29일 이정현 대표는 단식 나흘째를 이어갔다.
앞으로 1주일 정도 더 있으면 이 대표가 취임한 지 두 달이 된다. 하지만 국회 파행과 당 대표 단식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 속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당내 강경파에 밀려 '치킨게임'으로 스스로를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렸던 이 대표는 취임 후에도 수직적 당청관계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당에서 정국을 주도할 만한 카리스마 대신 청와대의 입장을 비호하며 갖가지 논란에서 입을 다물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부동산 거래 의혹에 침묵한 것이 대표적 사례였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 본청 앞에서 당원 1500명 가량이 모인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관철을 위한 당원 규탄 결의대회'에서 '국정감사 복귀'를 꺼냈다. 정 원내대표도 듣지 못한 깜짝 제안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단독 행동, 돌출 발언에 대한 자당 의원들의 비난과 거부였다. 친박(친박근혜)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은 "타이밍이 아니다, 이정현이 잘못된 거다"라고 꼬집었고,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 강성 친박계 의원들의 항변이 이어지면서 여당의 국감 보이콧은 유지키로 결론이 났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대표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이날부터 릴레이 동조단식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 대표 혼자 외롭게 단식하게 할 순 없다"면서 첫 주자로 나섰다. 그러나 이 대표의 제안이 당론에 의해 거부된 상황인만큼 대표의 위신에는 이미 금이 갔다.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국감 복귀 제안에 동조하는 이들도 나왔다. 강경 투쟁의 필수 요건으로 꼽히는 '단일대오'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은 "국방에는 여야가 없다"면서 야당 의원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위 감사를 개의했다. 또 김무성 전 대표를 필두로 나경원·정병국·유승민·주호영 의원 등 20여 명의 비박계 의원들은 별도로 모임을 열어 '국회 정상화'를 지도부에 요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사실상 국감에 복귀하자는 얘기다.
반면 친박 인사인 조원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원내대표단 연석회의'를 통해 "당은 당론, 당의 결정이라는 게 있다"면서 "당의 결정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분들은 거기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라는 게 의원총회에서 대부분 의원들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감 파행에 대한 여론의 부담을 고려한 끝에 복귀 카드를 내놓았지만 거부당했다. 투쟁을 계속하는 상황이지만 뭉쳐서 싸워야 할 당 내에서는 계파 간 갈등까지 표출되는 상황이다. 의원들의 만류에도 단식까지 강행한 이 대표로서는 투쟁의 성과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비박계 인사인 김용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애빌린 패러독스(Abilene paradox·집단사고)'를 언급하며 "참으로 스스로 한스럽고 고통스런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다"면서 "그저 정치하는 자로서 면목이 없을 뿐"이라고 썼다. 애빌린 패러독스는 구성원들이 모두 원하지 않아도 각각 반대 의사의견을 표현하지 못해 이르는 거짓 합의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