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에 발목잡힌 특허청, '지식재산권 통계' 만들고도 못 써
2016-09-28 18: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미화 36억 3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4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돈이 지난해 각종 콘텐츠 및 특허 사용료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빠져나갔다. 5년간 이렇게 나간 금액만 24조원이 넘는다.
제대로 된 분석과 대응을 위해 한국은행과 특허청이 지난 2015년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통계를 새롭게 개발했다. 그런데 정작 특허청은 법에 발목이 잡혀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작업장에 들어왔는데 장비가 없는 셈이다.
28일 김규환(비례대표) 새누리당 의원실이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허청은 외환거래 정보 접근을 제한한 외국환거래법 때문에 지식재산권 무역 적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지식재산권 적자 국가다. 한은이 집계하는 지식재산권 사용료 수지는 2011년부터 최근 5년간 내내 적자였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작성하는 기술무역수지도 2014년에 6조원(57억8000만 달러) 가량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이 통계에는 각각 지식재산권 판매·구매액과 수출입 내역이 빠져있다.
지식재산권 분야는 박근혜정부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와 맞닿아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이 때문에 지난 2014년 한은과 특허청에 통계개발을 요청했다.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주도로 1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끝에 2015년 4월, 모든 유형의 매매와 사용거래를 포괄한 '지식재산권 무역수지'가 개발됐다.
현재 이 통계는 분기별로 한은에서 발표된다. 하지만 한은에서 내놓는 수치를 분석하고 추후 정책 마련에 활용해야 할 특허청의 활동은 지난해 'OECD 지식재산통계 콘퍼런스'에서 통계 신규개발에 대해 보고하는 데서 멈췄다.
특허청 관계자는 "통계 편제와 발표를 한은에서 한다면, 특허청은 수치 이면을 심층 분석하고 정책적 분석을 시도해야 하는데 외국환거래 데이터베이스 접근 자체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 수치를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아쉽다"고 말했다.
외국환거래법상 외국환거래에 따른 정보는 한은과 금융감독원 등으로 접근권이 제한돼 있다. 외환거래 비밀보장 규정 등에 따라 자료나 정보 누설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김경숙 상명대 콘텐츠저작권학과 교수는 "지식재산권 분야는 원천기술 개발, 연구, 정부 지원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부분인만큼 제도와 정책 간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숙 상명대 콘텐츠저작권학과 교수는 "지식재산권 분야는 원천기술 개발, 연구, 정부 지원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부분인만큼 제도와 정책 간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특허청의 접근 권한을 확보해 지식재산권 시장의 활로를 열기 위한 법안이 준비중이다.
정부가 산업재산권 통계와 지표를 조사·분석해 시책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하고, 특허청장이 관련 자료를 요청하면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를 제공토록 하는 조항을 신설한 '발명진흥법' 개정안이 바로 그것이다. 김규환 새누리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이르면 30일 법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정부가 산업재산권 통계와 지표를 조사·분석해 시책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하고, 특허청장이 관련 자료를 요청하면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를 제공토록 하는 조항을 신설한 '발명진흥법' 개정안이 바로 그것이다. 김규환 새누리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이르면 30일 법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김 의원은 "미래부가 기술무역통계를 작성하기 위해 과학기술기본법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근거 법률을 마련한 사례가 있다"면서 "특허청이 세부적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근거법률을 마련해 지식재산권의 무역적자가 해소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