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국감] 김성수 의원, "방통위 '재난방송 종합 매뉴얼' 부실 드러나"
2016-09-27 08:39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지난 12일 경주지진 당시 방송사들이 방송통신위원회가 배포한 ‘재난방송 종합 매뉴얼’을 모두 위반하고, '재난방송 종합 매뉴얼' 자체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재난방송 종합 매뉴얼'과 경주지진 당시 지상파방송사의 방송내용을 비교분석한 결과, 매뉴얼에서 규정하는 △화면상단 정지자막 △10분당 경고음 △화면하단 흘림자막 △대규모 피해발생시 계속방송 등 지침 전체를 준수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우선 KBS1의 경우 유일하게 특보체제로 전환하기는 했지만, 두 번의 지진 모두 3분 이내에 특보를 종료하고 '우리말 겨루기', '별난 가족'과 같은 정규방송으로 전환했다. 진도 5.0의 경우 특보로 전환했을 시 계속 방송해야 한다는 3단계 지침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매뉴얼 지침을 이행한 경우에도 늑장 송출이나 조기 송출 종료 등의 문제도 발생했다. ‘흘림자막 계속 송출’의 경우 KBS2와 SBS는 각각 본진인 5.8규모의 지진이 일어난 후 약 40여 분만에 피해속보 등을 송출했다. 또 KBS2의 경우 전진, 본진 각각 18초, 10초 정도 만에 ‘정지자막’을 종료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경주지진에 대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재난방송은 방통위 매뉴얼을 전체적으로 위반한 안일한 대응임이 드러났다”면서 “재난방송 부실에 대한 국민적 질타가 있는 만큼 방송통신위원회 차원에서 해당 방송사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작성, 배포한 '재난방송 종합 매뉴얼'이 풍수해와 지진을 제외한 국가재난 상황에 대한 지침이 없고, 현재 있는 기준 조차 불명확해 ‘재난방송’ 체계가 총체적인 부실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재난 방송, 특히 지진 및 지진해일시 주요전환 규정 및 송출시간 등에 대한 지침을 살펴보면, 자막 및 흘림자막 송출시점 및 종료점에 대한 규정이 없으며, 재난방송 종료기준인 ‘상황종료’ 역시 명시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매뉴얼상 ‘화면상단 정지자막’ 및 ‘화면하단 흘림자막’은 규모 5.0 이상 시 송출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시점과 종료점은 정리돼 있지 않아 KBS2 처럼 10초 정도만 자막을 송출해도 지침 위반이라고 지적할 근거가 없는 셈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김 의원은 뉴스특보체제 전환기준인 ‘대규모 피해발생시’의 경우도 ‘대규모 피해’를 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에 경주지진과 같은 재난 상황 발생 시 피해 각 방송사가 ‘뉴스특보체제’ 전환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더 큰 문제는 방통위의 매뉴얼은 풍수해와 지진만 대비하고 있을 뿐, 세월호나 메르스 같은 사회적인 국가재난 상황에 대한 지침은 아직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여전히 원전사고 등을 포함한 화생방 사고 및 각종 대형교통사고, 전시 및 사변 혹은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에도 ‘세월호 참사’ 당시와 마찬가지로 제각각인 재난방송을 시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사고를 겪으면서 재난방송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메르스 사태에 이어 이번 지진 사태에도 같은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방통위 '재난방송 종합 매뉴얼' 내 재난방송 의무사업자로 지정돼 있으나, 정작 방송지침에는 빠져있는 것으로 확인돼 재난방송을 송출해야 하는 ‘역할’은 있지만, 송출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측은 김성수 의원실과의 통화에서 “2011년 작성된 매뉴얼이다보니 미비점이 많다”며 사실상 지침의 부실함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재난방송 의무사업자라고 명시된 종합편성채널이 사실 일반방송사업자 수준의 역할만을 부여받은 것은 방통위의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하면서 “신속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