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신(新) 한중관계 지도를 그려라
2016-09-26 07:00
한중관계가 심상치 않다. 한중관계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6차례나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중국의 전승절에 직접 참석하는 등 겉으로는 역대 최고의 관계로 비쳤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외화내빈’이라고 칭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본지의 <한중관계 신지도가 필요하다>는 시리즈가 시작됐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국전문가들을 만나 현재의 한중관계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기자가 만난 중국전문가들은 현재의 한중관계를 어느 때보다 냉철하게 진단했다. 양국 정상 간의 좋은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의 관계에는 구조적인 취약함이 숨어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한 전문가는 “중국은 단 한 번도 한국만을 대상으로 한 외교정책을 펼친 적이 없다. 언제나 미국과의 관계라는 틀 아래서 한국에 대한 외교정책을 수립해왔다”고 단언했다.
다른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남북 간 균형이다. 이것이 중국에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즉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이라는 틀 속에서 한반도 정책을 수립해 왔으며, 대(對) 한반도 정책의 핵심은 한반도 안정인만큼 새로운 한중지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중국의 정책을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처럼 한중 관계가 악화된 배경에는 서로에 대해 희망적인 기대를 너무 많이 키워왔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많았다. 양국이 서로에 대해 최선을 다한 만큼 상대국가도 무엇인가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알고 보니 그것이 오해였음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로는 사드를 단순히 북한의 공격을 방어하는 미사일 시스템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이 추진 중인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한국이 동조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이는 중국이 한국에 대한 외교 정책을 미국과의 경쟁구도 아래서 펼쳐왔다는 지적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미국의 대중국 견제의 ‘칼춤’이라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언급 역시 이를 뒷받침해준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중관계 개선의 해법찾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은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아니며, 장기적인 전략수립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이번 문제의 근원도 국내 정치였다. 외교조차 국내 정치의 틀 속에서 재단된다는 지적이 높았다.
이와 함께 정부의 주요 외교 정책 결정에 있어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인사의 참여 부재도 해법 찾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았다. 많은 중국전문가들은 청와대 등 주요 기관과의 회의 때 ‘답답했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우리의 외교 정책은 안보를 내세워 미국에 대한 경도가 오랫동안 주류를 형성했다. 그 시기에 중국은 다른 동북아 국가들과 함께 묶여있었다. 그런데 중국이 갑자기 G2로서의 위상으로 올라섰다. 우리 정부의 직제나 인사는 그런 위상에 걸맞게 전환되지 않았다. 그 단적인 예로서 국가 차원에서 중국을 연구하는 싱크탱크가 없다.
새로운 한중관계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 전략적인 대화 채널이 많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제언했다. 정부 차원의 공식 채널이 할 수 없는 역할을 민간 분야의 대화 채널에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것조차 없으면 앞으로 제2, 제3의 사드 사태가 불거질 수밖에 없어 이 같은 보완책이 절실하다.
북한 핵을 비롯한 북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미국의 안보나 중국의 역할 지렛대에 기대서는 안 된다. 북한을 설득하고 대화에 나서도록 우리 정부가 키를 쥐어야 한다는 지적에도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위기가 기회다’라는 금언을 떠올린다. 이제라도 새로운 한중지도를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국을 ‘이해하는’ 고위공직자가 많아져야 한다. 본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번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한중지도를 그려갈 것이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