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新지도 필요하다]
2016-09-08 01:54
②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사드 문제 韓·中·美 협의 해결 제안 의미…한국의 中 견제 의구심 일단 잠재워"
"정부, 전문가 활용 못해 사드 강력 반발 불러…中, 한국과 경제협력 필요성 약화"
"사드 문제 韓·中·美 협의 해결 제안 의미…한국의 中 견제 의구심 일단 잠재워"
"정부, 전문가 활용 못해 사드 강력 반발 불러…中, 한국과 경제협력 필요성 약화"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국제관계는 일방적일 수 없다. 상대가 있는 게임에 어떻게 절충점을 찾아 나가느냐가 과제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5일 한중 정상회담을 열고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각자의 입장에서 해야 할 말을 하면서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스탠스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는 경색국면으로 가는 현재의 한중관계에 나름대로 긍정적인 사인을 던졌다는 평가다. 사드배치와 관련해 지금까지 한국은 항상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사드 문제는 미·중 전략 경쟁의 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입장을 수용했다. 또 사드 문제를 한·중 간에 추후 계속 소통하고 논의할 문제로 남겨 놨다.한중관계를 파국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를 중국 지도부에 분명히 전했다. 이렇게 사드의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한·중 간에는 사드배치 폭풍처럼 도사리고 있는 문제가 많다.
[한중관계, 新지도가 필요하다] 기획시리즈 두번째로 6일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장을 만나 한·중 두 나라가 사드 파고를 넘어 나아가야 할 새로운 향방을 짚어봤다.
▲ 한·중 정상회담 성과는.
“올해 박근혜 정부의 외교가 그간 중견국가 정체성에 기반한 연미화중(聯美和中) 외교에에서, 한·미동맹에 편중된 맹미제중(盟美制中) 외교로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일단 잠재웠다. 국내적으로 정부 내부에서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정책전환이었고, 아울러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그간 중국 외교가 추구해온 ‘신형 주변국 외교’의 한 축이 좌초하는 상황으로 국내정치적으로 권력의 재편성 과정에서 취약해진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을 크게 흔들 수 있는 사안이 됐다. 특히 지난 7월 8일 정부가 사드 도입을 결정하면서 한·중 관계가 사실 대단히 관리하기 어려운 파국의 형태로 치닫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이 있었다. 사드 도입 결정을 한 이후 최초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향후 한·중관계가 훨씬 더 갈등 고조 국면으로 가게 될지 아니면 서로 관리 가능한 완화 국면으로 가게 될지 가늠할 수 있는 주요한 계기였다고 평가된다.”
▲ 구체적으로 이런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한국이 사드문제를 한·중·미가 협의해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제안을 했다는 점이다. 이는 사드문제를 한국의 자주적이고 주권적 결정에 의해 풀어 나가겠다는 기존의 기조와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사드 문제가 남북 문제이고 한·미 간 문제란 뉘앙스가 강했던 반면, 후자는 사드문제가 보다 구조적이고 미·중 간 전략경쟁의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런 논의는 사실 중국이 주장해 왔던 것이기도 하며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입장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중국의 입장에선 한국과 절충할 수 있는 체면치레 혹은 근거를 한국이 제공해준 게 아닌가 싶다. 일단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관계는 적어도 서로간에 한숨 돌릴 수 있는 공간과 여유를 확보하게 됐다. 그래서 후속조치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 어떤 식의 후속조치가 바람직할까.
“지금까지 한국이 제시한 절충점이란 게 조건부 사드 배치론이었다. 그러나 만약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박 대통령의 인식대로라면 사드 배치의 한반도화 혹은 이를 제도화시키는 작업에 절충점이 있다고 본다. 이는 한·미가 사드를 도입하면?- 합의한 내용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드 배치는 대(對)북한용이란 것을 분명하게 중국과의 여러 채널을 통해 공언해주고, 군 당국 간 기술적 문제, 즉 레이더의 배치나 성능 문제에 관해 분명한 설명과 절충점을 찾아 상호 확인해야 한다.”
▲ 처음에 사드 문제를 두고 중국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잘 안다고 하지만 그 자체가 오해가 아닐까.
“역사적 원인이 있을 수 있고, 역사적으로 연유되는 우리의 대중(對中) 인식이 지나치게 정적이고 경직됐다고 본다. 우리가 제3자로 객관화시켜 보거나 판단하는 데 일정한 한계와 제한 요인이 존재한다 .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중국의 경제발전과 그 변화 속에서 중국이 고민해 왔던, 중국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식의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 지도자들이 중국과 상대적으로 많은 접촉을 하기 때문에 스스로 중국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현 정부 하에서 거의 모든 부처의 중국 전문가들이 주변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중국과 연관되거나 혹은 중국을 다루는 부서나 주요 전문가들이 대부분 주요 보직을 받지 못하고 주변화됐다. 우리 정부 시스템 자체가 스스로의 정책을 조정·재평가하거나 스스로 잘못된 판단을 교정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미비하다.
▲ 그렇다면 어떤 식의 내부적 변화가 필요할까.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전략적 대화 체계를 박근혜 정부 들어 신설했다. 하지만 실제 작동이 되지는 않고 있다. 국가 대 국가의 대화란 것이 상당히 경직돼 있고 서로 책임성이 있기 때문에 많은 논의를 허심탄회하게 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것을 보완해 주는 게 1.5트랙으로, 2트랙에 가까운 전략성 대화를 통해 서로 보완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도 청와대 지원을 받는 전략대화가 중국과 있었고, 심지어 친미 정책을 강하게 표방했던 이명박 정부 하에도 있었다. 그런데 이 정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가 차기정부에선 청와대에 직접적으로 정책을 자문할 수 있는, 동시에 중국과 전략대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하는 것이 사드 등 어려운 상황에서는 대단히 유용할 것이다.”
▲ 과거 탄탄한 한·중 경제협력 관계가 많은 것을 이루게 했다. 언제까지 유지될까.
“한·중관계의 모든 근원에는 경제협력이 있다. 한·중관계가 그런 외교안보적 불신에도 불구, 계속 좋아졌던 것은 동북아 분업체계에서 한·중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2015년을 기점으로 그 구조는 해체되는 과정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기존의 한·중관계를 강시켰던 분업 체계가 해체되면서 중국은 더 이상 한국을 필요로 하지 않고 오히려 일본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들 간에 경제적 이익을 나누고 서로가 필요로 하는 구조가 점차 약화된다는 것인데, 한·중관계 미래를 위해?-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경제부문에 있어 한·중 간 협력체계를 강화시키지 않으면 향후 외교 안보 분야의 갈등이 한·중 간 전반적인 갈등으로 쉽게 전환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든다고 본다.”
▲ 구조를 좀 더 단단히 만들 수 있는 여지는 없는 것인가.
“자세히 보면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통해 강대국으로서의 꿈을 실현시키려 한다. 그런데 동북아 라인이 없다. 이 지역은 너무도 강한 냉전과 동맹체제로 굳어져 있기 때문에 중국이 동북아 라인을 확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동북아 라인을 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협력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가 한국이다. 따라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동북아 확장에 있어서 한·중협력이 중요하다. 중국의 동북3성은 북한의 핵문제로 인해 발전 전망이 대단히 어렵다. 동북3성의 문제는 비단 성(省)의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의 장기적 경제발전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사회 불안정 요인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여전히 불안정한 육로로서의 동북3성의 발전전략을 넘어 해상으로 한국과의 협력체계 구축, 동시에 한국과 동북3성 자체의 경제협력을 통해 체제를 강화할 여지는 많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20~30년 후면 북극해가 열릴 것이다. 그 북극해로 향하는 중요한 길목에 한국이 있고 한·중 간에 북극해의 협력·연구를 지금부터 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하고 국가 대 국가의 협력체제가 아닌, 국가 대 국가가 갈등하더라도 지역 간의의 협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그런 지역 체제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 해상으로의 진출, 향후 중국이 주력하는 부분이 아닌가.
“이 문제를 가급적이면 빠르게 타협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향후 한·중 간에, 그리고 동북아 지역에 있어 또 다른 해상경계분쟁, 분쟁의 국제화를 막을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첩경이다. 중국은 현재 대륙국가의 자기 형상에서 대륙과 해양 복합국가의 형상으로 전환하는 과정 속에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분쟁을 겪고 있다. 이것은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닌 상황에서, 만약 남제주 해상 공역에에서 한국과 해상분쟁으로 또다시 대립한다면, 중국은 21세기는 온통 해상분쟁의 역사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남제주 해역에서의 해상분쟁은 일본과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환될 것이다. 한·중 관계가 비교적 양호한 박근혜 정부 시기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것이 박근혜 정부의 최대의 외교안보적 업적으로 쳐도 좋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 일대일로 구상을 어떤 기회로 활용해야 할까.
"현재 일대일로를 크게 규정지으면 북쪽의 국가들과 협력적이고 화목한 '북화(北和)정책', 서쪽으로는 새로운 공간의 주공으로 진출한 '서진(西進)전략',남중국해 등 미국의 동맹으로 막혀있는 지역을 열어젖히는 '남개(南開)전략', 안보중심의 구조가 첩첩히 쌓여있어 관리해 나가야 하는 '동관(東管)전략'이 일대일로의 핵심 방향성이다.
중국의 새로운 실크로드 구상에는 러시아·중앙아·남아시아 3개 육상 통로, 인도양-유럽-아프리카, 남중국해와 남태평양으로 향하는 2개의 해상 통로가 구상 중이지만, 동녘으로 향하는 실크로드는 아직 없다. 그 함의는 심각하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동북아나 북한에 대한 중국의 투자우선 순위는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우려할 점은 중국의 동북아 정책이 충돌은 억제하고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 위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동북아 거점 국가인 한국에 대해서는 기대치를 낮추고, 북한과의 관계도 어느 정도 개선해 보다 균형 잡힌 남북한 정책을 취할 경우, 우리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대한민국의 전략적 가치는 낮아지고, 외교적으로는 더 고립되며 경제적으로도 더 큰 도전의 상황을 맞게 된다는데 있다."
대담=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정리=강정숙 기자 shu@
◆김흥규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외교학과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장과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맡고 있다. 중국전문가로서의 각종 기고와 강연 등을 통해 중국을 제대로 인식하는 시각을 전해주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청와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해군 정책자문위원 △ 경기도 정책자문위원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분석지원 자문위원 △ 한국 정치학회 이사 △ 한국 국제정치학회 이사 △동북아연구재단(NEAR) 이사 △한중 싱크넷 발기 이사 △아시아 미래연구원 발기이사 △한반도 평화연구원 상임위원 △민화협 상임위원
주요 저술로는 중국의 중앙-지방관계 및 정책결정과정을 연구했고, 최근 들어 연구의 초점은 중국의 외교안보분야, 북중-한중 관계, 미중관계, 동북아 국제정세 등에 더 집중하고 있다. 현재 연구 분야에서 200여편이 넘는 저서, 논문 및 기고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