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軍 전략자산 추가 전개 고려, 다음 행보는 전략핵?

2016-09-22 15:14
B-1B 출격에도 북한 맞불작전…고강도 군사적 조치 필요

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한미 군 당국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추가 전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두 차례에 걸쳐 한반도에 출격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면서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전략핵무기의 출동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B-1B 외에 또 다른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향후에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한미가 협의를 통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5차 핵실험 나흘만인 지난 13일에 이어 지난 21일에도 B-1B 2대를 한반도 상공에 출격시켰다. 이번 출격에서 B-1B는 이례적으로 군사분계선(MDL) 인근까지 근접 비행하고 오산 공군기지에 착륙하는 등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아울러 내달 중순 서해와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진행되는 한미 연합 항모강습단 훈련에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변인은 “한미 전략자산의 전개는 한미동맹의 맞춤형 억제전략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실시되는 것”이라며 “북한에 분명하게 경고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20일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시험으로 추정되는 위성 운반용 로켓 엔진 분출시험을 실시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최근 “북한은 미국의 도발에 맞서 또 다른 공격을 개시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아랑곳 않고 오히려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북한이 연내 핵무기를 완성하기 위해 6차 핵실험이나 ICBM 시험 발사 등 추가 도발의 징후가 포착되면서 고강도 군사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전략핵무기를 잇따라 출동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전략핵 중 또 다른 전략폭격기인 B-52 ‘스트래토포트리스’와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의 출격 가능성이 있다. B-1B는 미국과 러시아 간 맺은 핵무기 감축 협정에 따라 2011년부터 핵무장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B-52와 B-2는 핵탄두를 장착한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을 탑재할 수 있다.

전략핵잠수함(SSBN)의 전진 배치도 고려될 수 있다. 미군은 오하이오급 SSBN 14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1척당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4발을 장착할 수 있다. 지난 6월 부산항에 입항한 바 있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오하이오급 SSBN 미시간호(SSGN 727)의 전개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전략핵의 전개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도 맞아떨어진다. 정부는 최근 국내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독자적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이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어 전략핵의 한반도 전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SLBM 트라이던트 Ⅱ[사진=미 해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