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BAT, '불법재고' 조성해 2천억원 담뱃세 탈루
2016-09-22 14:34
감사원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 결과 발표
담배회사 배만 불린 담뱃세 인상…법적미비로 7천900억 못거둬
담배회사 배만 불린 담뱃세 인상…법적미비로 7천900억 못거둬
아주경제 주진 기자 =필립모리스와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 등 2개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지난 2015년 1월 담뱃세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평소보다 수십배 불법 재고를 조성, 차익을 남겨 2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5월2일부터 6월15일까지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11건의 문제를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지난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 발표와 이에 따른 매점매석 고시 시행을 앞두고 재고량을 급격하게 늘렸다. 이들 회사들은 일종의 보관 창고에 해당하는 제조장에서 담배를 반출한 것처럼 관련 서류와 전산망 등을 조작해 세금을 탈루했다.
담뱃세의 경우 제조장에서 유통망으로 담배를 반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사실을 악용해 담뱃세 인상 전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미리 담배를 빼돌린 것이다.
말보로 담배를 생산하는 필립모리스코리아의 경우 2013년 말 재고량이 445만여갑 수준이었으나 담뱃세 인상 전인 2014년 말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24배에 달하는 1억623만여갑까지 재고를 늘렸다.
또 던힐 담배를 생산하는 BAT코리아의 경우 2014년 7월 제조장 내 물류창고 일부 구역을 특수관계에 있는 업체에 임대해 준 뒤 전산상으로는 그해 말까지 여러 차례 해당 구역으로 담배를 반출한 것처럼 처리해 인상 전 담뱃세를 납부했다. 2013년 말 재고가 하나도 없었지만, 2014년 말에는 제조조차 안된 900만갑을 비롯해 2천463만여갑의 재고를 보유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수법으로 필립모리스코리아가 탈루한 세액은 1천691억원, BAT코리아가 탈루한 세액은 392억원으로, 총 탈루액이 2천83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필립모리스코리아는 매점매석 고시 이후 기준량을 초과해 506만5천갑을, BAT코리아는 1천769만5천갑을 반출하는 등 매점매석 고시도 어겼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들은 정작 담배회사들의 차익 환수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 등 대응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담뱃세 인상차익을 철저히 국고에 귀속시키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인상차익이나 담배 재고를 보유한 업체에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 부처들은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을 위한 개별소비세법 등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담뱃세 인상에 따른 차익을 국고로 귀속시킬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지 않았고, 결국 7천938억원을 부과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행정자치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국세청장 등을 상대로 필립모리스가 탈루한 세금과 가산세 2천371억원, BAT코리아가 탈루한 세금과 가산세 550억원 등 2천921억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통보했다.
또 이들 업체가 세금을 탈루한 사실에 대해서는 조세범처벌법 등의 혐의로, 매점매석 고시를 위반한 사실에 대해서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