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에 줄줄새는 개인위치정보...정부·통신3사 인권침해 나몰라라

2016-09-22 15:07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신속·정확한 긴급구조’를 목적으로 제공되는 통신사의 위치정보가 작년에만 국민 6명 중 1명 꼴로 경찰 등에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기관의 개인정보 오남용에 따른 인권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통신사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22일 방송통신위원회의 '긴급구조기관별 위치정보 제공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최근까지 제공된 위치정보가 3389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방재청을 비롯해 해양경찰청, 경찰관서 등 국가기관에서 이뤄진 위치정보 조회는 2012년 598만8838건, 2013년 737만9799건, 2014년 722만9252건, 2015년 854만1638건, 2016년 상반기 475만3275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국민 6명 중 1명 꼴로 위치정보가 제공된 셈이다. 현 정부 이후 국가기관에 제공된 위치정보가 무분별하게 남용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2012년도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긴급구조기관으로 추가된 경찰에 제공된 ‘위치정보 조회건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세월호 사고가 있었던 2014년 상반기 이후에는 40만건 가까이 위치정보 조회가 급등하며 1년 동안 무려 200만건이 넘게 개인의 위치정보가 제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2014년도에는 2013년도보다 53% 증가한 204만건, 2015년에는 2014년도보다 44% 증가한 294만건을 기록했으며, 2016년도에는 상반기에만 181만건을 기록했다.

현행법상 경찰의 위치정보 조회 대상 및 범위는 ‘생명·신체를 위협하는 급박한 위혐으로부터 구조가 필요한 사람’, ‘실종 아동 등의 생명 신체를 보호하기 위함’ 등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경찰이 '통비법’,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수사 목적을 이유로 통신자료 등의 수많은 개인 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국가기관의 개인위치정보 수집에 대한 오남용의 목소리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 역시 통신사들의 외면으로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치정보법 제30조 제2항에 따르면 위치정보사업자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개인위치정보의 제공건수, 제공일시 등 자료를 매 반기별로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KT를 제외하고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단 한 차례도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T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경찰청에 제공한 개인위치정보 37만1002건을 국회에 보고했다. 반면, SK텔레콤·LG유플러스는 관련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행정권 남용'에 따른 인권침해가 빈번한 상황에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통신사가 경찰관서 등 국가기관의 오남용 방지를 위해 마련된 최소한의 규정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는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통신사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 마련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