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지진자막 송출시스템 먹통...지진 발생 최대 18분 뒤 작동

2016-09-21 12:40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최근 우리나라에서 사상초유의 강진이 발생했음에 불구하고, 지진 자막송출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국내 방송사들의 늦장 대응 탓에 10초가 아닌 10여분이 지난 뒤에 자막이 송출돼면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 12일 진도 5.8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방통위가 구축한 지진 자막송출시스템이 먹통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진 자막송출시스템이란 지진 발생 시 각 방송사가 기상청에서 받은 재난 문구를 별도 자막처리 없이 확인 버튼만 눌러 TV화면에 내보내는 것으로, 송출 소요 시간은 단 10초 이내다. 방통위는 지난 2014년 정부예산을 들여 주요방송 사업자(KBS1, MBC, SBS, EBS, MBN, JTBC, TV조선, 채널A, 연합뉴스TV, YTN) 10곳을 대상으로 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지진 발생 당시 10개 주요방송사업자의 재난방송 보도 평균 시간을 분석한 결과 기상청 지진속보 발표 이후 평균 7분정도 늦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일 7시45분 첫 지진 시에 MBC의 경우는 18분, SBS는 15분, JTBC 14분, EBS 8분, TV조선·채널A 7분, YTN 6분, 연합뉴스 5분, MBN 3분, KBS 2분 늦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진자막송출시스템이 지진 발생 인근 국민의 신속한 탈출 등을 돕기 위해 10초 내 발송되도록 설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방송사 화면에 자막이 보이기까지 100배가 넘는 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기상청이 20시34분에 발표한 두 번째 지진 속보 시에 SBS는 17분, MBN 9분, MBC 8분, YTN 7분, EBS 6분, TV조선 4분, 채널A 2분, 연합뉴스 1분으로 나타났다. JTBC, KBS만 뉴스를 통해서 제 시간에 보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지진 당시 기상청으로부터 지진속보를 받았다"면서도 "시스템의 오류와 자막송출을 위한 여러 가지 확인 작업을 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진 자막송출시스템의 오류에 대해 큰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주요 10개방송사업자의 재난방송 시간이 너무 늦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행 방송발전기본법 제40조는 재난 발생 시 방송법에 규정된 방송사업자들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도하도록 하는 것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국회의원은 "(지진 발생당시) 국내 방송사들이 단순 상황묘사에만 그치면서 국가재난주관방송사로서의 역할에는 한참 못미쳤다"면서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재난방송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방송사 재승인 기준에 반영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본은 지진이 발생하면 1분안에 자막방송이 시작되고, 2분안에 뉴스특보로 전환돼 국민들에게 신속한 상황을 전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