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길’로 불리는 서울숲길, 인기 얻자 상가 임대료 2배 상승

2016-09-08 13:37
성동구, 지역상권 보호위해 성수동 일대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 추진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길 전경[사진=오진주 기자]


아주경제 오진주 기자 = “계약이 만료될 때 쯤 갑자기 바뀐 건물주가 직접 장사를 한다고 해서 쫓기듯 나왔죠. 나중에 보니 다른 사람에게 3배 가까이 오른 임대료로 세를 줬더군요.”

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디자인 업체 ‘소울푸드’를 운영하는 방장혁 대표는 “서울숲길이 뜨는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떠나야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방 대표는 작년 4월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이사를 했다. 최근 서울숲길·방송대길·상원길을 포함하는 성수동 일대가 뜨면서 기존 임차인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방 대표가 처음 사무실 둥지를 튼 곳은 서울숲길이었다.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아틀리에길’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곳은 분당선과 2호선이 지나 교통이 편리하고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 보다 임대료가 저렴해 2012년부터 예술가들이 입주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서울숲2길에는 세 개의 작은 공방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하지만 최근 이 지역이 주목 받으면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상가 세입자들이 이곳을 떠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성수동 일대 임대료는 큰 폭으로 올랐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숲길의 상가 임대료는 1층 기준 57.1% 상승했고, 방송대길은 32.4%, 상원길은 18.2% 상승했다. 특히 2014년 12월 배우 원빈이 이 지역 일대 건물을 매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대료가 폭등했다. A공인중개사 대표는 “서울숲길 일대 상가는 평균 2배 가까이 임대료가 상승했다”며 “주거단지인 상원길도 주변 시세가 오르면서 덩달아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수동에 자리 잡은 기존 예술가들이 내쫓길 위기에 처하자 성동구가 발 벗고 나섰다. 성동구는 올해 12월까지 이 일대를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이곳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기 위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안)’에 대한 주민열람 공람 공고가 진행 중이다.

또 성동구는 뚝섬역 고가 아래에 지어지는 민간 건축물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안심상가 1호점’을 조성해 2018년 5월 준공할 예정이다. 성동구가 직접 관리·운영하는 안심상가는 아틀리에길에서 쫓겨난 상인들에게 입주 우선권을 줄 계획이다. 성동구는 건물주·상인·성동구청 간 자율적 상생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까지 총 554개 업체 중에서 291개 업체가 상생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성동구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입자들은 불안하다고 말한다. 올해 12월에 임대차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는 서울숲길의 B카페 대표는 “지금 월세 160만원을 내고 있지만 재계약 때 건물주가 월세를 올려 달라고 할까봐 두렵다”며 “상생협약서에 사인은 했지만 이 협약이 강제력은 없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성동구청 지속발전과의 남기남 주무관은 “상생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홍익표 의원(서울 중구성동구갑)과 서울시와 상의해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특별법을 마련해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