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베네수엘라 국민들..대통령 국민소환 투표 요구
2016-09-02 11:08
흰 옷을 입고 빨간 모자를 쓴 시위대는 식량난과 경제 파탄의 책임을 물어 국민소환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외쳤다.
시민인 마리아 알바레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먹을 게 없다. 휴지도 없다. 약도 없다. 우리는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베네수엘라를 도와달라”며 “마두로 정권은 끝나야 한다. 마두로는 이제 내려올 때임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센트럴 유니버시티 병원 의사인 지오콘다 울로아는 “이번 시위는 우리가 평화롭게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 주사기나 항생제마저 모자란 상태며 알코올도 없어 환부를 물로 씻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야당 지도부는 이번 대규모 시위를 “카라카스(베네수엘라 수도) 점거”라고 부르며 평화 시위가 역사적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위대와 경찰이 정면으로 맞서서 대치하긴 했으나 큰 충돌 없이 시위는 평화롭게 이어졌다.
시위가 진행되던 시각 마두로 대통령은 붉은 옷을 입은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통해 당국은 수도에 폭탄 설치를 모의하던 우파 야당 인사들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며, 지지자들에게 쿠데타에 대비하라고 전했다.
그는 “그 날이 오면 대통령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며 “거리로 나가 정의를 쟁취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건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국민소환 가능성을 일축하며 국회를 점령한 야당 의원들의 면책특권을 빼앗을 대통령령을 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2013년 대선에서 간발의 차로 패한 야당 대표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이번 시위는 대통령 퇴진을 위한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첫 움직임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시위를 확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대통령 임기의 2/3 지점인 내년 1월 10일 이전에 탄핵이 결정되며 대선을 다시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월 10일이 지날 경우 좌파 성향의 부통령이 남은 임기를 승계해야 하기 때문에 우파 야권의 정권 교체 노력이 무산될 수 있다. 따라서 야권은 연내 국민소환 투표 실시를 목표로 압박의 강도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