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TV, 나 혼자 산다

2016-09-02 00:02

하석진, 박하선, 공명(왼쪽부터)은 '혼술남녀'에서 '혼술 문화'를 그린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TV가 '나 혼자 살기'에 탐닉하고 있다. 말 없이 혼자 밥만 먹는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하는가 하면 이런저런 사연으로 혼자 술 마시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도 방송된다. 대세는 1인 가구다.

케이블 채널 올'리브의 '조용한 식사'는 기존 음식 프로그램과 모든 면에서 다르다. 고정 패널이나 게스트가 없고 음식 프로그램이지만 먹으면서 하는 리액션도 없다. 매 회 2~3명 정도의 게스트가 출연해 약 10분간 묵묵히 '밥만' 먹는다. 음식을 먹는 것 외에 어떤 예능적 재미 요소도 나오지 않는 듯 보이는 '조용한 식사'는 '혼밥족'(혼자 먹는 밥을 즐기는 이들을 뜻하는 신조어)들의 큰 지지를 받으며 인기를 높이고 있다.

밥을 넘어 술까지 혼자 즐기는 이들의 이야기는 tvN에서 드라마로 제작된다. 새 월화드라마 '혼술남녀'는 서울 노량진 고시촌을 배경으로 '혼술'(혼자 즐기는 술을 의미하는 신조어)하는 학원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생활을 그린다. 식당에서 정식으로 '혼자' 즐기는 풍경부터 집 안에서 반신욕을 하며 와인 한 잔을 하는 장면까지 다양한 '혼술 문화'가 화면을 채울 예정이다.
 

멍때리기 대회에서 우승한 '나 혼자 산다' 출연자 크러쉬[사진='나 혼자 산다' 홈페이지]


이처럼 1인 가구의 문화가 TV 속에 등장한 건 최근 몇 년 사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414만 2165가구로 전체 가구의 23.9%였던 1인 가구는 2015년 27.1%로 늘었다.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넘은 셈이다. 이에 따라 1인용 노래방, 1인용 테이블을 갖춘 식당 등 '혼자족'(1인 가구를 의미)들을 위한 문화 시설들이 생겨났고 이런 추세가 TV에 반영되고 있다. MBC는 2013년부터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 형식의 예능 '나 혼자 산다'를 방송하고 있다.

특별히 입담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재미를 유발하기 위한 인공적인 장치가 삽입되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안방극장 공략에 성공했다. 1인 가구 증가가 이어지고 있는만큼 앞으로 이들을 위한 콘텐츠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