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 기댄 한국경제 취약성, 지표로 확인

2016-08-31 14:10
車 개소세 인하 종료 첫 달, 소매판매 22개월 만에 최대 폭 감소
통계청, 7월 산업활동동향 발표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정책에 기대야 숨을 쉬는 한국경제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끝나자마자 소매판매가 22개월만에 최대 폭의 감소를 기록하는 등 '소비절벽'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또 두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던 전체 산업생산은 서비스업 부진 등의 영향으로 3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2.6% 감소했다. 소매판매 감소 폭은 2014년 9월(-3.7%) 이후 거의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6월로 끝나며 타격을 입은 탓이다. 실제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는 전월보다 9.9%나 감소했다. 특히 승용차 판매는 26.4%나 뒷걸음질쳤다.

지난 5월과 6월 각각 6.0%, 10.1%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낙폭은 더 크게 다가온다. 개소세 인하 조치가 끝난 이후 처음으로 발표되는 소비지표였기에 시선을 끌었으나 '소비절벽' 우려만 확인된 셈이다.

7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1% 감소했다. 지난 4월 -0.7%를 기록한 산업생산은 5월 2.0%, 6월 0.6%로 반등했지만 3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광공업 등은 늘었지만 서비스업 부문에서 생산이 부진했다. 서비스업 생산이 마이너스로 내려간 것은 올해 1월(-1.2%) 이후 6개월 만이다.

설비투자 감소 폭 역시 2003년 1월(-13.8%) 이후 최대였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가 31.5%나 떨어진 영향이 컸다. 개소세 인하 당시 자동차 부문 투자가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개소세 인하 종료로 승용차 판매가 줄었고 무더위로 스포츠 활동 등 야외활동이 위축되며 서비스업 생산이 6개월만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책효과가 사라지며 자동차의 판매와 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등 승용차 내수 부문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정책 유무에 따라 출렁이는 한국경제 취약성 탓에 지표가 무너졌으나 앞으로가 더 문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8월에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지연, 자동차 파업 등의 영향으로 경기 회복세가 제약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구조조정,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고용 둔화, 생산투자 회복 지연 등이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