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EU 추징금 수십억 달러 예상

2016-08-30 14:01
역대 추징금으로 최대 규모...EU와 미국기업 간 세금 전쟁 심화
미 재무부 "EU 결정은 이중과세"...애플·아일랜드 법적 대응할 듯

[사진=한준호 기자 ]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IT 공룡 애플이 유럽연합(EU)에 대규모 추징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아이폰 신모델 발표를 불과 일주일 앞둔 가운데 불거진 상황이어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는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불법 세금 지원을 받았다"며 "역외 탈세 혐의가 있는 만큼 추징금 형태의 체납세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추징금은 최대 수십억 유로, 우리 돈으로 수조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애플이 아일랜드에 냈던 세금은 2%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이 통상 12.5% 수준인 점에 비춰보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미국에서 내는 법인세는 35%에 이른다.

EC는 아일랜드가 일자리 창출에 대한 대가로 애플에 특별 세금 혜택을 준 것으로 보고, 지난 3년간 조사를 이어왔다. 실제로 애플은 아일랜드 남부 도시 코크 지사에서 55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유럽 전역 직원의 4분의 1에 이르는 규모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EU 내부에서 130쪽 분량의 최종 결정문에 대한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미국 기업과 이른바 '세금 전쟁'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기업들이 유럽에 진출해서 돈을 많이 벌면서도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미국 기업에 대해 세금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스타벅스에 대해 "네덜란드 정부에  최대 3000만 유로(약 374억 원)의 추징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업체 피아트 크라이슬러 측에는 룩셈부르크에 추징금을 내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타벅스와 피아트가 불복한다는 의미로 소송을 내면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 애플이 추징금을 내면 유럽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과 EU 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아직까지는 애플이 법적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 상황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내무부에서는 일단 "이번 EU의 결정은 이중과세"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한 상태다.

아일랜드 정부는 법적 대응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EU 조세제도를 위반했다는 결정이 나옴에 따라 애플에 대한 세금 제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아일랜드는 낮은 법인세율로 인해 대표적인 조세 회피국 중 하나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