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 규제 강화해도 가계부채 총량 감소 속도 느려"
2016-08-28 14:16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규제 정책이 다시 강화돼도 가계부채 총량은 느린 속도로 줄어들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박종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8일 '경제정책 효과의 비대칭성'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책 효과의 비대칭성은 특정한 정책 변수를 똑같은 크기로 높이거나 낮췄을 때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박 연구위원은 정책 대상이 달라지면서 정책 효과의 비대칭성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LTV·DTI 규제를 꼽았다.
그는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할 경우 신규 대출자나 만기 도래자 뿐 아니라 기존 대출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규제를 강화하면 신규 대출자들에게만 적용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LTV·DTI 규제를 완화하면 기존 대출자도 재융자를 통해 추가대출을 받아 가계부채 총량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며 "2014년 8월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한 후 가계부채 총량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규제 강화는 기존 대출자에게는 큰 영향이 없으므로 가계부채 총량이 감소하더라도 그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은 정책 효과의 비대칭성의 가능성과 원인을 충분히 감안해 경제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가계부채는 올해 상반기에만 54조2000억원 늘어 지난 6월 말 현재 125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정부는 가계부채 대책으로 주택 신규 분양물량을 줄이는 방식을 내놓았지만, 분양권 전매제한 등 민감한 사안이 빠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박 연구위원은 거시경제 상황도 경제정책 효과의 비대칭성을 유발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불황기에 경기를 활성시키는 효과보다 호황기에 경기를 수축시키는 효과가 크다는 실증적 연구가 많다고 진단했다.
호황기에는 기업들의 투자기회가 급증해 외부자금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 효과는 커지고 불황기에는 외부자금에 대한 수요가 작아 금리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위원은 "학계의 연구와 달리 각국 중앙은행은 호황기보다 불황기에 더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있다"며 "중앙은행들이 정책 효과의 비대칭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경기침체기의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