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강진' 왜 피해 컸나..."진앙 깊이 낮아·충격 약한 돌집 대부분"
2016-08-25 11:44
1300명 사상자 낸 2009년 라퀼라 지진과 닮은꼴...추가 피해 우려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이탈리아 중부 지역에서 규모 6.2의 강진이 발생해 250명 가까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실종된 가운데 짧은 시간에 피해를 키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가 2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지 하루 만인 이날 새벽 (현지시간) 현재 사망자는 최소 247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부상자 수백명 가운데 중상자가 적지 않은 데다 실종되거나 건물 잔해에 깔려 있는 사람이 많아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르지오 피로지 아마트리체 시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을의 반 이상이 사라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진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나고 날이 밝아오면서 밤 사이 중단되기도 했던 구조작업이 재개됐다. 다만 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이 오래된 산악 마을이어서 구조용 중장비가 진입할 수 없는 탓에 구조대가 일일이 손으로 잔해를 해쳐 가며 구조에 임하고 있어서 속도는 더딘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에 피해를 키운 이유는 아마트리체 등 지진이 강타한 지역이 대부분 산악 마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건물이 수백년 전에 돌과 벽돌로 지어진 만큼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가 전무한 상태다. 구조용 중장비가 접근할 수 없는 산악 지대여서 구조대가 일일이 손으로 벽돌더미를 걷어내고 있는 것도 인명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다.
진앙지가 지표면과 비교적 가까웠던 점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WYT)가 미국지질조사국(AUSG) 자료를 인용, 2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이탈리아 지진의 진앙지는 지표면에서 약 10km 아래 지점인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지진의 진앙이 지하 84㎞였던 점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지각판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또 다른 지진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이탈리아 아펜니노 산맥의 아래쪽에는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지점이 있다. 이탈리아 서쪽 티레니아해에서 시작된 판과 판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이번 지진을 촉발시킨 만큼 또 다른 여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번 지진은 피해를 입은 마을 규모나 지진 규모 면에서 지난 2009년 일어난 이탈리아 중부에서 일어난 라퀼라 지진과 비슷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시 규모 6.3의 지진이 일어나면서 최소 295명이 사망하는 등 1300여 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이재민만 5만 5000여 명에 이르렀다.
마시모 코코 이탈리아 국립지구물리학연구소 박사는 "진원의 기원과 깊이 면에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이탈리아는 새로운 거물에 대해 내진 설계를 강화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든 상태지만 자연재해가 주는 충격과 잦은 지진 위험에는 대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새벽 3시30분께 수도 로마에서 북동쪽으로 100㎞, 문화 유적 도시 페루지아에서 남동쪽으로 70㎞ 떨어진 이탈리아 중부 지방에서 규모 6.2의 강진이 발생했다.
대규모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문화 유산 파괴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우르비노 성당의 외벽에는 벌써 작은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아마트리체에 있는 산아고스티노 교회와 산 프란체스코 성당 등에서는 큰 피해가 보고되고 있지 않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이탈리아 현지언론 라 레푸블리카 등이 전했다.
지진 등의 자연재해를 관리하는 이탈리아 정부 당국에도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라퀼라 지진 당시 국가위기관리위원회의 관계자 7명은 법원으로부터 적시에 지진 위험성을 경고하지 못했던 점에 따른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대규모 인명피해를 내고도 불과 7년 여만에 같은 재해가 일어난 만큼 비난이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