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감자가 유기농으로 둔갑…학교급식 비리 총체적 난국
2016-08-23 14:17
학교급식 전반 부패·비리 만연…지난 4개월간 총 677건 적발
유통기한 지난 한우, 냉장육으로 둔갑한 냉동육 등 양심불량 업체 부지기수
유통기한 지난 한우, 냉장육으로 둔갑한 냉동육 등 양심불량 업체 부지기수
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학교급식 식재료를 공급하는 경기 하남시 A업체는 곰팡이가 있는 감자를 수질검사를 받지 않은 지하수로 세척한 뒤 친환경 감자와 혼합해 유기농감자 또는 무농약감자로 속여 수도권 50여개 초·중·고교에 납품했다.
충남 천안시 B업체는 유통기한이 한 달이나 지난 무항생제 냉장 한우와 무려 156일이 지난 냉동 한우 꼬리를 판매목적으로 보관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C업체는 냉동돈육을 절단한 뒤 해동하고, 이를 다시 냉장육으로 포장해 충남지역 46개 초·중·고교에 5300㎏, 시가 3181만원 어치를 공급했다. D업체 역시 같은 방식으로 냉동육을 냉장육으로 둔갑시킨 뒤 서울 지역 156개 학교에 49억 원 상당의 축산물을 납품했다.
23일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학교급식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학교급식 전반에 부패와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추진단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학교급식 식재료 생산농가와 제조업체, 유통업체, 전국 학교 등을 대상으로 일제점검을 실시한 결과 총 677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전국 식재료 생산농가와 유통업체 2415곳 중 129개 업체에서 식재료 위생관리 미흡(68건), 식재료 품질기준 위반(118건), 식재료 입찰담합 등 유통질서 문란(16건) 등 총 202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이 중 45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157건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학교와 급식제공업체 간 부적절한 계약 등이 의심되는 초·중·고 274개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471건의 비위 행위가 밝혀졌다. 부적절한 수의계약 등 계약법령 위반이 220건(46.7%)으로 가장 많았고, 예산 부당집행 132건(28.0%), 식재료 검수 등 위생·안전 관리 부실이 119건(25.3%) 등이었다. 추진단은 관련자 382명에 대해 징계 절차 등을 진행 중이다.
특히 추진단은 동원·대상·CJ프레시웨이·풀무원 등 4개 대형업체들이 최근 2년 6개월간 전국 3000여개 학교의 영양교사에게 16억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의혹도 포착했다. 이들 4개 업체는 국내 학교급식 가공품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학교급식 관련 부정부패가 만연함에 따라 학교급식 전용 사이트를 구축해 위생·안전점검 결과, 급식 만족도 평가 결과 등을 내년 상반기부터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
또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식재료 공급업체의 입찰담합 등을 감시할 수 있는 입찰비리 관제시스템을 구축해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기관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구축된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에 학교급식 불성실 공급업체 신고센터도 신설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식재료 소독증명서 발급 현황과 업체의 직원 관리 실태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했다.
아울러 시·도별로 10명씩, 모두 170여명으로 구성된 전국 학부모 급식 모니터단을 구성해 실태 점검에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학교급식은 614만명에 이르는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의 식생활과 건강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학교별로 급식 운영실태, 급식 만족도, 비리 적발내용 등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개해 학교급식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