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삼성전자 주가 상관없이 사라"

2016-08-21 06:00

삼성전자 주가는 19일 하루 만에 2.13% 오른 167만5000원을 기록해, 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사진=연합뉴스 kjhpress@yna.co.kr]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가격 불문하고 매수하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분기 호실적도 요인이지만, 앞으로 기업분할에 따른 가치 상승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21일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일단 삼성전자를 매집하자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며 "특히 자산운용사는 삼성전자 주식을 시장 비중 대비 적게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격 상관 없이 사고 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서 삼성그룹 지주 전환 소식이 시장에 노출됐다"며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다 이런 재료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실적도 실적이지만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국내 증시에서 매도로 일관해 온 기관투자자도 삼성전자 주식은 사들이고 있다. 기관투자자는 18일까지 9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총 2563억원어치 쓸어담았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393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주가를 사상 최고가로 끌어올리고 있는 주체가 기관인 셈이다.

앞서 18일 삼성생명은 이사회를 열고 금융 계열사인 삼성증권 지분 8.02%(613만2246주)를 삼성화재로부터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한 전자·물산지주, 금융지주로 나누는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는 시각이 나온다.

삼성생명은 이번 매입으로 삼성증권 지분을 11.14%에서 19.16%로 늘렸다. 금융지주가 되기 위한 조건(자회사 지분 30%)에 한층 다가선 것이다.

반면 이런 움직임을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숭철 사학연금공단 주식운용팀 업무총괄팀장은 "사학연금은 최근 지배구조 개편 얘기가 구체화되기 전부터 삼성전자 편입을 늘린 만큼, 상대적으로 운용사 대비 삼성전자 비중이 크다"며 "삼성전자 기업분할에 따른 가치 상승이 있기는 하겠지만, 추가 매수하기에는 상승폭이 좁다고 판단하고 있어 가격 조정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봉영 키움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삼성전자 비중이 적었던 기관이 뒤늦게 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는 삼성전자가 뛰어나게 좋아서라기보다는 벤치마크를 추종하기 위한 판단에 따른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이재용 부회장이 충분한 실탄을 마련한 뒤에나 별 탈 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기관은 사는 반면, 외국인이 팔고 있는 패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