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경 머니마니]하루에 두 번 맞는 고장난 시계
2016-08-16 17:26
'절전'이라는 단어가 무의식 속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세대라 전기를 아끼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에어컨 보급률 80% 시대에 살면서 과거 요금 체계를 고수하는 것은 고장난 시계를 차고 있는 것과 다름 없어 보인다.
평소 조용히 묻혀있던 전기료 누진세 체계가 이번 더위로 인해 문제점을 드러내며 다수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은 근본적인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저유가로 늘어난 수익 덕택에 성과급 잔치를 하기 전에 저유가에도 여전히 살림살이 팍팍한 국민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줬으면 하는 바람인데 아쉽기만 하다.
폭염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현실에서 전기료 고지서가 날아오는 9월은 시험을 망치고 성적표를 기다리는 학생의 기분처럼 찜찜할 수도 있겠다.
날씨 만큼이나 뜨거운 것이 있으니 바로 연일 상승 행진을 거듭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미국 증시다. 이 영향으로 한국 증시도 2000포인트 위에서 매물을 소화하며 견고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전 같으면 주가가 2000포인트를 돌파하면 너도나도 큰 폭의 상승을 예견하며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지만 최근에는 그런 희망찬 전망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도 한국 증시가 오랜 기간 박스권에서 맴돌다 보니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이 될까봐 상당히 몸을 사리는 것 같다.
오히려 주가의 폭락을 경고하는 마크 파버와 같은 비관론자의 경고에 더 눈길이 간다. 하지만 이런 비관론자들의 주장은 하루에 두 번 맞는 고장난 시계와도 같다는 것을 투자 좀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한 가지 이유는 주식형펀드의 부진 때문이다. 장기간 투자해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투자자들의 환매 행진과 신규자금 또한 유입이 활발하지 않다 보니 국내 주식형펀드는 점점 애물단지처럼 돼 시장의 수급을 꼬이게 만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투자수익에 따라 운용보수를 떼는 성과보수형 공모펀드를 출시한다고 하니 상당히 기대가 된다.
물론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가 기를 쓰고 초과 수익을 올릴 정도록 메리트를 느끼느냐가 관건이지만 그래도 고장난 시계를 차고 있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펀드를 많이 팔기만 하면 돈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