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아쉬운 초대형 IB 육성안
2016-08-16 10:32
아주경제 김은경 기자 = "시장경쟁체제에서 모든 증권사에 혜택을 주는 방안은 내놓을 수 없다.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해도 어쩔 수 없다."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이달 2일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내놓으면서 한 얘기다. 중개업 역할에 머무는 작은 증권사보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에만 혜택을 줘 키우겠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이다.
금융위는 증권사 자기자본 규모(3·4·8조원)에 따라 서로 다른 투자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기로 했다. 특히 자기자본이 8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IMA) 운용, 부동산 담보 신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이런 방안을 내놓은 것은 증권사가 자본 확충을 통해 몸집을 키울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 자본력을 바탕으로 투자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는 대형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격차를 심화시켜 형평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11월 합병법인 출범 예정인 미래에셋대우(6조7000억원)와 NH투자증권(4조5000억원), KB증권(3조8000억원), 삼성증권(3조4000억원)을 비롯해 인센티브 제도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증권사는 몇 안 된다.
국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투자은행이 탄생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유상증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희석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감수할 만큼 큰 인센티브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대형사조차 브로커리지, 자기매매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새 수익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뛰어들기에는 위험부담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 유수 투자은행과 경쟁을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현재 증권사 역량을 기반으로 한 자산관리, 투자은행 수익기여도는 20% 미만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글로벌 IB 9개사가 굴리는 평균 자기자본은 국내 5대 증권사 대비 12배에 달한다.
금융위가 제시한 것처럼 자본력 확충은 필수 불가결하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덩치만 키운다고 해서 투자은행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증권사가 자산관리를 비롯해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도록 글로벌 업무 경험,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금융당국도 적극적인 다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