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농성 풀고 정상화를” 학생들 “최 총장 사퇴해야 해결”
2016-08-10 10:16
학생들 10일 저녁 대규모 시위 예정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이화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시위가 14일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최경희 총장 사퇴를 놓고 학교측과 농성 학생들 사이에 타협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면서 사태 해결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농성 학생들은 최 총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장기 농성을 지속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이 제시한 9일 오후 3시까지의 사퇴 시한을 넘긴 가운데 10일 오후 8시 학생들은 졸업생들과 함께 예고했던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학생들은 이날 저녁 정문에서 시위하면서 경찰 폭력 진압 당시 피해자들의 증언 일부를 낭독하고 최 총장의 어록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한다는 방침이다.
학생들은 일방적인 사업 강행과 경찰의 학교 진입을 요청한 최 총장 사퇴 전까지 본관 점거를 해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교측은 전일 교수, 동문회와의 간담회 등을 개최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의견 수렴 등에 나선 가운데 농성 학생들과 서면 대화에 나서고 있다.
학교측은 농성 학생들과 대면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대표가 따로 없다며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용주 이대 기획처장은 “농성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기 위해 만나자고 요구를 하고 있지만 서면으로만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농성을 학생 대표 기구인 총학 등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의견을 모으는데 오래 걸리는 구조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대는 본관 건물 3층에 행정기구에 몰려 있어 학사행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오늘부터 진행돼야 하는 학생들의 수강신청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다음 학기 강사 섭외도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개학을 앞둔 이 시기가 교직원들이 가장 바쁜 시기인데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이다.
진 기획처장은 “이번 사태로 학교가 깨달은 것은 대부분의 구성원을 차지하는 학생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요구하는 중요한 현안 논의를 위한 별도의 소통 시스템을 제안하면 반드시 만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총장 사퇴에 대해 학교측은 사태 해결을 위한 우선 방안이 아니어서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학교측은 경찰을 부른 데 대해서도 교직원 구출을 위한 긴급한 상황에서 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불가피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진 처장은 “이번 사태를 학교 발전을 위한 진통으로 보고 원만하게 수습하면서 학생들과 신뢰를 회복하고 발전 방향을 설정한 뒤 총장 사퇴는 이후에 논해도 된다”며 “학생들이 원하는 평생단과대 사업 철회를 받아들였고 학생들의 보호와 안전을 위해 서대문경찰서에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탄원서를 냈으며 더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