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선] 트럼프 "부자 감세" vs 클린턴 "부유세"

2016-08-09 13:37
세금 정책 두고 입장 '삐끗'...'미국 우선' 무역협정 노선은 '비슷'

[사진=연합/AP]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세금 혁명'을 골자로 하는 경제 공약을 발표했다. 부유세 도입을 전면에 내세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와 정반대 입장이다. 세금, 최저 임금 등 경제 정책이 앞으로 남은 대선 레이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세금 감면 등 친기업 행보...클린턴은 '부유세'로 맞불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규모와 상관 없이 미국 기업의 법인세율을 15%까지 대폭 낮추고 주식배당금 등 자본이득세도 최대 20%까지 하향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조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아일랜드, 영국 등 대표적인 조세 회피처로 눈을 돌리는 미국 기업들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기업들은 현재 법인세율을 최고 35%까지 물어야 한다. 

또 현행 7개로 나뉘어있는 납세계층을 3개로 줄여 개인 소득세율을 각각 12%와 25%, 33%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발표했던 개인 소득세율(10%, 20%, 25%)에 비하면 고소득층 세율을 최대 8%까지 소폭 상향 조정한 것이다. 그러나 최상위층 소득세를 현행 39.6%에서 33%로 낮추겠다고 강조하면서 부자 감세 기조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트럼프의 경제 공약은 상위 1% 특권층을 위한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실제로 클린턴은 트럼프와는 정반대로 구체적인 부자 증세 카드를 들고 나섰다. 연 수입이 500만 달러(약 60억 33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 4%의 추가 세율을 부과하는 이른바 '부유세'를 매긴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간 25만 달러(약 3억원) 미만 소득자는 과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혀 이른바 슈퍼리치에 대한 부유세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고소득자의 실효세율은 최고세율(23.8%)보다 낮게 책정돼 있다. 30%의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일반 근로자들보다도 세금을 적게 내는 셈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헬스케어 비용 억제, 부자 감세 완화 등 사회 불평등 해소 정책을 강조해왔다. 최저 임금도 현행 시간당 7.5달러에서 두 배인 15달러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는 최저임금에 반대하다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노선을 바꿨다. 또 상속세와 오바마 케어에 따른 의료비 세제 혜택은 없애고 자녀부양 비용을 공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 '미국 우선' 무역협정 입장은 비슷...'러스트벨트'가 분수령

무역협정 부문에서는 양 후보의 경제 정책이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두 후보는 모두 '보호무역'을 강조하고 있다. 개방적인 무역협정의 여파로 인해 경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민심을 의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다자간 협정이나 안보 면에서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앞으로 중산층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겠다"면서 클린턴 후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우리 일자리를 뺏는 재앙"이라고 비판하면서 무역협정 전면 재검토·재협상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클린턴이 속해 있는 민주당도 보호무역 기조를 바탕으로 과거의 무역협정들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지지하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는 뜻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관련해서는 클린턴도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반대하고 있다. 국무장관 재임 당시에는 TPP를 지지했지만, 샌더스의 지지층 흡수 등 표심 공략에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 FTA와 나프타처럼 이미 발효된 무역협정에 대해서는 지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가 연설했던 디트로이트는 일자리 감소·임금 삭감 등의 피해를 입었던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부 제조업 지대)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현재의 경제 상황에 불만을 품은 백인 중산층의 표심을 겨냥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양 후보 간 러스트벨트 선점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도 사흘 뒤인 11일(현지시간) 이곳에서 경제 공약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