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엄마 역사’ 윤진희, 한국 역도의 희망을 들다 [봉지아 리우올림픽]

2016-08-09 00:01

[위대한 동메달을 들어올린 여자 역도 윤진희.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8년 만에 돌아온 ‘엄마 역사(力士)’ 윤진희(30·경상북도개발공사)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암흑기에 빠진 한국 역도를 희망의 빛으로 들어올렸다.

윤진희는 한국 역도 역사 속에 남은 이름이었다. 윤진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53kg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으며 한국 여자 역도의 전성기의 한 축을 이끌었다. 당시 여자 75kg 이상급에서 역도 간판 장미란이, 남자 77kg급에서 사재혁이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은 역도 강국으로 꼽혔다.

그러나 윤진희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은퇴를 선언하고, 역도 대표팀 후배 원정식(26·고양시청)과 결혼했다. 이후 두 딸의 엄마로, 역도 선수의 아내로 뒷바라지를 하며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

그 사이 한국 역도는 암흑기를 걸었다. 장미란의 은퇴와 사재혁의 후배 폭행 사건이 터지면서 런던올림픽 노메달 수모를 겪어야 했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도 역도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낮았다.

그런데 윤진희가 현역 은퇴 후 2년 만에 다시 바벨을 들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원정식이 부상을 당하자 남편의 재기 동기부여를 위해 함께 땀을 흘리기로 마음먹었다.

윤진희와 원정식 부부는 서로를 의지하며 국가대표에 발탁돼 리우행 동반자가 됐다. 그리고 기적 같은 일어 벌어졌다.

윤진희는 8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센트루 파빌리온에서 열린 역도 여자 53㎏급에서 인상 88㎏, 용상 111㎏, 합계 199㎏를 기록해 3위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늘도 감동한 극적인 동메달이었다. 4위를 기록하고 있던 윤진희는 인상에서 올림픽신기록(101kg)으로 1위에 오른 리야쥔(중국)이 용상 1~3차시기를 모두 실패해 실격 처리되면서 생각지도 못한 동메달을 따냈다. 윤진희는 “하늘이 선물을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진희는 9일 남자 69㎏급에 나서는 남편 원정식 응원에 나선다. 포기를 몰랐던 부부 동반 기적의 메달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