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랩, 동남아의 디디추싱 꿈꾼다

2016-08-04 15:21
소프트뱅크 등에서 투자 10억 달러 유치
점유율 이미 절반…"우버 이길 자신생겼다"

[사진=그랩 ]


아주경제 윤은숙 윤세미 기자  ="우리가 우버를 한 번 더 패배하게 만들겠다" 동남아의 대표적인 차량공유 회사인 그랩의 CEO인 앤서니 탠은 지난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우버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의 차량공유 서비스인 디디추싱에 항복선언을 한 뒤다.

동남아 차량공유 서비스 1위인 그랩은 중국의 디디추싱과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10억달러 (한화 약 1조 1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투자는 이르면 이번주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차량 공유 시장은 미국 인구 두 배인 6억 인구를 보유한 거대 시장으로 작년 25억 달러다. 그러나 2025년까지 5배 이상 성장해 131억 달러까지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랩은 2012년에 그랩택시로 출발해 오토바이 택시, 물건 배달, 현금 결제와 같이 동남아 현지에 꼭 맞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동남아에는 신용카드나 은행계좌를 보유한 사람들이 많이 없기 때문에 그랩은 처음 이용자들과 운전자 모두에게 현금 결제를 제공했다. 또한 호치민과 자카르타 등에서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도 시작했다. 우버도 뒤늦게 오토바이 택시에 뛰어들었다.

그랩은 동남아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고안된 물품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주소나 길이 정확하지 않아 물건이 고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일일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버도 배달 서비스가 있지만 미국 내에서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이어 그랩은 싱가포르보다 생활 수준이 낮은 남부 말레이시아에서 카풀 서비스를 중개하면서 동남아시아의 대표 차량 공유 서비스로 성장했다.

출범 4년 만에 그랩은 16억 달러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고 직원은 1,600명까지 늘었다. 현재 동남아 6개국 3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버의 두 배 수준이다.

한편 중국에서 한번 실패를 맛본 우버는 동남아시아나 인도로 눈을 돌려 경쟁력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우버는 중국 사업에서 일하던 엔지니어 150명을 동남아를 포함한 다른 시장으로 다시 배치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랩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미 점유율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또 이어 "디디추싱의 성공은 현지기업들이 거대한 글로벌 회사인 우버를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