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수당 지급에 복지부 시정명령… 법정다툼 비화 조짐

2016-08-03 15:37
市 내일 오전 9시까지 시정명령 이행하지 않을 땐 복지부 직권취소 방침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서울시가 3일 청년활동지원비(청년수당) 지급 대상자 3000명을 선발하고, 약정서에 동의한 2831명에게 첫 활동비 50만 원씩을 우선 지급했다. 보건복지부는 즉시 청년수당 지급을 중단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려 서울시와 정부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4∼15일 청년수당 신청자에 대한 정성(상대)·정량(절대) 평가를 거쳐 이날 오전부터 지급 대상자에게 활동지원금 50만 원씩을 우선 지급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복지부는 즉각 청년수당 집행을 정지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서울시에 통보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을 위반했거나 공익을 해친다고 판단되면 주무 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지방자치법 제169조 제1항에 따른 조치다.

복지부 관계자는 "청년수당 지급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린 상태"라면서 "서울시장은 청년수당 지급을 취소하고 시정명령 이행 결과를 4일 오전 9시까지 보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직권취소 처분을 내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3시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복지부의 시정명령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서울시 입장 자료를 통해 " 서울시는 지난 1월 12일 복지부에 협의를 요청한 이후 현재까지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의 협의 절차를 성실히 이행했고 5월 26일 복지부의 변경 보완요구에 대한 상항을 이미 반영해 수정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년활동 지원사업은 명백한 자치사무이고 사회보장기본법은 '협의' 절차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합의나 승인과 같이 해석해 법률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지방자치권의 명백한 침해"라며 "자치사무를 하나하나 정부가 통제한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청년수당 시행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수당 지급을 강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들의 사회진출에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며 "정부가 못하게 하면 결국 사법부로 간다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문제해결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청년들에 대한 현금 지원은 실업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더러 도덕적 해이 같은 부작용만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시가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른 부처와의 협의·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청년수당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수당 사업을 놓고 서울시는 복지부와 1년 가까이 갈등을 벌여왔다. 복지부가 시정명령을 넘어 직권취소에 나선다면 청년활동비지원사업 중단은 불가피하며, 이미 청년들에게 지급된 수당은 전액 환수 조치가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취소·정지 처분에 이의가 있다면 처분을 통보받은 지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서울시가 복지부와의 협의가 끝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수당을 놓고 서울시와 복지부 간 갈등이 법정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호경 서울시 청년활동지원팀장은 이날 "복지부에서 시정명령을 내린 상태지만 이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청년수당에 대한 지급을 강행했다"면서 "사실상 양측간의 법적 대응보다는 서울시는 복지부와 지속해서 협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년수당은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만19~29세 중 주당 근무시간 30시간 미만인 청년에게 최장 6개월간 월 50만원의 활동비를 현금으로 주는 제도다. 서울시는 올해 예산 90억원을 들여 청년 3000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