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뢰도발 부상 김정원 중사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말에 웃었다”

2016-08-02 17:41
부상부터 회복까지 1년의 수기 공개

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북한이 지난해 비무장지대(DMZ)에서 자행한 지뢰도발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김정원 육군 중사(당시 하사)는 2일 “당시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웃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육군은 북한의 지뢰도발 1주년을 이틀 앞둔 이날 페이스북에 부상 이후 회복까지 지난 1년의 시간을 담은 김 중사의 수기를 공개했다.

김 중사는 당시 작전을 수행하던 부팀장으로서 자신보다도 팀원들을 먼저 챙기고 보호해야 했던 책임감을 떠올렸다. “나도 다친 입장이었지만 최대한 빠르게 응급조치하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야 했고 부상자를 처치하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적이 기습공격을 시도한다면 팀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현장에서는 부팀장으로서 침착함을 유지해 그 상황을 해결해야했기 때문에 사실 분노는 일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좌절이 있어도 이겨내고 말겠다는 정신을 얻기 위해 특전사에 입대했고 정신과 육체를 갈고 닦고 수색대대로 간 나는 부팀장으로서 전우와 임무에 대한 큰 책임감을 느꼈다”며 “바로 그러한 자존심이 하재헌 하사를 구출해야겠다는 일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흡기를 떼던 날 걱정되는 것은 하재헌 하사와 다른 사람들의 생사 유무였다. 내가 알고 있는 것 외에 인명피해가 없는지 걱정됐다”며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나는 그걸로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웃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깨어난 뒤 겪었던 고통과 좌절에 대해서도 회고했다. 그는 “정강이 아래로 오른쪽 발을 잃었다. 발을 영영 못쓰게 될 거라는 사실은 지뢰가 터졌을 때 이미 깨달았다”며 “두텁게 쌓인 붕대들을 보며 나는 잠깐 내 인생의 꿈과 사랑에 대해 포기하며 절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와 가족들을 만난 이후 스스로 좌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과 하재헌 하사를 한순간에 불구로 만든 북한군에 대한 분노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나를 이렇게 만든 북한군에 대한 적대감도 강렬했다”며 “비겁한 방법을 밥 먹듯이 쓰는 북한군을 모두 죽이고 싶었다”고 전했다.

특히 “그때 적과 교전이라도 했다면 나와 하재헌을 이렇게 만든 북한군 한 놈이라도 쏴 죽였을 텐데 적은 없었고 비겁한 지뢰만이 있었다”며 “폭발음이 들렸을 때 웃었을 그들을 생각할 때에 화가 치밀어 미칠 지경이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그는 어떤 고통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기로 결심했고, 지난해 10월 서울중앙보훈병원으로 옮겨 재활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과 같이 나라를 지키다가 불구가 된 유공자들을 만나 그동안 겪어야 했던 고통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DMZ 작전에서 내가 느꼈던 것과 같이 현재의 자유와 평화는 숭고한 희생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는 DMZ를 떠나 국군사이버사령부로 옮기게 됐다. 하지만 그는 다른 분야에서도 최선을 다해 나라를 지킬 것을 다짐했다. 그는 “아쉽게도 나의 신체가 DMZ 임무 수행에는 부적합해서 떠나지만 다른 곳에서 다른 방법으로 나의 사랑하는 가족과 국가와 국민과 전우를 적들로부터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사건 이후로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새 삶을 살고 있다”며 “비록 몸은 다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편하지만 나는 살아 있음에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다”고 수기를 마무리했다.
 

[사진=육군 페이스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