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달’ 8월…재계, ‘정중동’ 행보

2016-07-31 13:39
범현대·두산·SK 기일 몰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재계가 8월 추모의 달을 맞아 선대 경영인들이 남긴 업적을 조용히 되새긴다.

8월은 매년 현대와 두산, SK가 오너 가족들의 기일이 몰려 재계에서는 ‘추모의 달’이라고 불린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가는 오는 4일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13주기에 이어 17일에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부인 변중석 여사의 9주기를 맞는다.

특히 정몽헌 회장 13주기는 생전에 공을 들였던 현대상선이 40년 만에 그룹의 품에서 떠난 만큼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정주영 명예회장이 1976년 유조선 두 척으로 해운업에 뛰어들며 세운 회사다. 2003년 정 회장 타계 이후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으나, 해운업계의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현대상선은 KDB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현대아산은 경색된 남북 관계를 고려해 올해는 아예 방북 신청을 하지 않았다.

정몽헌 회장의 추모제 및 행사는 매년 각각 현대아산과 현대그룹 주관으로 금강산과 경기도 하남시 선영, 양쪽에서 진행돼 왔다.

이 때문에 올해는 하남시 창우리 선영에서만 추모행사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 회장은 10주기였던 2013년부터 2년 연속으로 방북했지만, 지난해에는 방북 대신 창우리 선영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17일 변 여사의 기일은 범현대가 장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자택인 서울 한남동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범현대가는 지난해 변 여사 기일부터 청운동을 떠나 올해 3월 정 명예회장 기일까지 두 번 연속 한남동에서 제사를 지냈다.

두산그룹은 1일 그룹의 모태가 된 두산 창립 120주년 기념일을 시작으로 4일 박두병 초대 회장 43주기, 6일에는 박승직 창업주 탄생 152주년이 이어진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꼽히는 두산은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국내 최초로 창업주 4세 중에 박정원 회장이 지난 3월 그룹 회장이 됐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해다. 박 회장은 거창한 행사보다는 회사의 실적 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이날 사내에 배포한 기념사를 통해 “창립 12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대한민국 최고(最古) 기업인 두산의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또 한 번의 힘찬 도약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두산이 걸어온 120년 역사를 돌아보면 이보다 더한 고비도 수없이 많았다”면서 “두산은 버텨온 것이 아니라 계속 성장하고 세계로 무대를 넓혀왔고 이것이 두산의 저력”이라고 역설했다.

26일 최종현 회장의 18주기를 맞는 SK그룹의 경우, 지난해처럼 가족과 그룹 주요 경영진만 선영을 찾아 조촐하게 제사를 치를 전망이다.

지난해 최태원 회장의 광복절 특사와 함께 올해는 최재원 수석 부회장이 29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강릉교도소에서 출소한 최 부회장은 “경제가 어려운데 일자리 창출, 경제 살리기에 미력이나마 보태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모처럼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