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호무역주의] '스텔스 무역장벽'…한국 수출 위기
2016-08-01 06:00
"보호산업은 경쟁력 낮은 산업"…품질 경쟁력 높여 파고 넘어야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최근 브렉시트를 시발점으로 미국 등 선진국으로 퍼지는 신보호무역으로 인해 세계 교역량이 줄고 있다. 과거 개발도상국 등 못사는 나라에서 추진하던 보호무역주의와는 사뭇 다른 형태다. 세계 각국이 '스텔스 보호무역(stealth protectionism)'으로 라벨링·인증제 변경 등 각종 무역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등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을 쌓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동시에 '보호무역 샌드위치' 국면을 펼치면서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최대 피해국이 될 전망이다.
◆신흥국·선진국 무역규제↑…보호무역 피해 심각
31일 산업통상자원부·한국무역협회·코트라(KOTRA) 등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한국제품에 대한 수입규제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총 29개국, 규제건수는 169건으로 집계됐다. 이가운데 철강과 화학제품에 대한 규제가 130건으로 전체의 76.9%를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인도가 지난해 말보다 5건 증가한 3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21건), 중국(11건), 인도네시아(11건), 브라질(10건), 태국(9건) 순으로 나타났다. 규제 형태별로는 반덤핑이 118건으로 지난해 말보다 4% 증가한 69.8%였다. 세이프가드 조치는 44건이었다.
우리나라 수출 품목에 대한 통관을 거부한 국가는 미국이 가장 많았다. '라벨 정보 오기 또는 허위표시' 등을 이유로 농수산물과 가공식품에 대한 제재가 80%에 달했다. 철강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한국산 철강·금속 제품에 대해 11건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은 중국, 인도, 대만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미국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 대상국으로 꼽혔다. 신흥국들도 우리나라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를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산 제품에 신규로 반덤핑이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사가 개시된 23건 가운데 19건은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걸프협력회의(GCC), 베트남 등 신흥국 시장에서 발생했다.
이같은 보호무역 조치로 우리나라 수출은 18개월 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45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감소했다. 이가운데 지난 2분기 승용차 수출은 96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13.1% 감소한 반면, 수입액은 30억달러로 같은 기간 21.5% 늘었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47억달러에서 41억 달러로 12.3% 줄었다. 러시아(-27.5%), 사우디(-22.5%), 캐나다(-17.6%), 독일(-4.9%) 수출도 감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 감소 원인은 각국 보호무역으로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작용한 게 주요인"이라며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적 정책이 최근 1년새 50% 이상 늘었다"고 분석했다.
◆'자국 보호산업=경쟁력 약한 산업'…보호 기간에 경쟁력 강화
보호무역을 다른 측면에서 해석하면 경쟁력이 약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업분야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보호는 다른 산업으로 피해를 전가시키기도 한다. 이에따라 자유무역협정(FTA) 관세감축 이행스케줄에 따른 품목별 보호 기간 동안 품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호무역 강도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관세율이 얼마인지를 살펴보면 가능하다. 지난해 기준 총 1622개 농산물의 관세구간별 현황을 보면 500%가 넘는 품목은 쌀, 인삼류, 참깨, 대추 등 67개 품목으로 평균 669.1%였다.
이 가운데 매니옥(카사바)은 887.4%로 최고 높은 할당관세율을 기록했다. 전분 및 이눌린(800.3%), 기타곡물가공품(800.3%)이 뒤를 이었다. 200~499% 품목은 고구마, 고추, 마늘 등 86개 품목이었다. 농산물 가운데 100%가 넘는 고관세 품목은 171개였다.
이상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계 평균 관세율은 10% 정도인 반면 우리나라 농산물 관세율은 60%에 육박한다"며 "각 품목마다 FTA 관세감축 이행스케줄이 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 농식품 경쟁력을 높여 시장개방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예컨대 국내산 과일이 수입산 과일과 맞붙었을 때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는 힘들기 때문에 소비 트렌드에 맞춘 고품질의 '감성 제품'으로 품질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원산지 관리도 더욱 철저히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무역상대국의 농산물 관세가 낮아지는 반면, 비관세장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농식품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동식물·환경 보호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하거나, 통관·운송·유통 절차를 까다롭게 진행하는 방법으로 보이지 않게 무역 장벽을 높게 쌓고 있는 것이다.
산업부의 ‘무역장벽 보고서’에 따르면 무역상대국 비관세장벽은 2013년 101건, 2014년 113건, 2015년 141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지난해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베트남도 전년 12건에서 18건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세계무역기구(WTO) 회원들이 통보한 기술장벽도 1995년 365건에서 2014년 2239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술장벽은 라벨링·인증제 변경, 규제 신설·강화 등의 조치를 말하는 것으로,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보호무역 주의가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비관세장벽이 높아지면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현지에 나가 있는 코트라, aT 등 해외공관들이 수시로 현지 상황변화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업체들이 피해보지 않도록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