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터줏대감들 ①-TV] 김동건-송해-허참-이금희, 20년 넘나든 영광의 '장수MC'

2016-07-29 13:40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변하지 않고 늘 한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우리는 가끔, 변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걸 잊고 산다. 그러나 여기, 오랜 세월동안 세찬 바람과 거센 파도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급변하는 방송가에서 변함없이 한 자리를 지키며 큰 사랑을 받아온 ‘터줏대감’들이다.
 

KBS1 '가요무대' 진행자 김동건 아나운서 [사진=KBS 제공]


△ “역사는 현재도 진행중”…도합 53년. ‘가요무대’ ‘전국 노래자랑’ 김동건-송해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장년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KBS1 ‘가요무대’는 국내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다. 특히 중장년층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음악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가요무대’는 그 이름만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리고 그 묵직한 존재감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진행자는 바로 김동건(78) 아나운서다. 김동건 아나운서는 1963년 3월 동아방송 1기로 아나운서에 입문했다. 이후 TBC와 KBS를 거쳤다.

그는 지난 1985년 첫 방송을 시작한 ‘가요무대’에서 약 24년간 진행자로 나서고 있다. 물론, 2003년 정권 교체와 맞물리면서 당시 18년간 정들었던 MC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7년 후인 2010년 다시 마이크를 들고 시청자들 앞에서 현재까지도 ‘가요무대’를 진행하고 있다.

김동건 아나운서가 ‘가요무대’를 잠시 하차했었던 당시, KBS 측은 그의 교체에 대해 “MC 세대 교체”라는 항변을 늘어놨지만, 그는 ‘가요무대’에서는 아이콘과 같은 존재였기에 시청자들의 아쉬움은 짙었다. 특히 그의 구수한 말솜씨와 차분하고 신뢰감 있는 목소리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두터운 신뢰도를 쌓아오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진행자로 마이크 앞에 서있는 그는 지난 2013년 ‘방송인생 50년 축하연’을 가지며 지난 시간을 회고 하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아나운서클럽에서 회장을 맡으며 방송사 출신을 가리지 않고 후배 아나운서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며, 곧 산수(傘壽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현역 최고참’ 아나운서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전국 노래자랑' MC 송해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가요무대’에 김동건 아나운서가 있다면 ‘전국 노래자랑’에는 송해(90)가 있다. 송해는 1988년부터 29년간 ‘전국 노래자랑’을 진행중인 ‘최고령’ 현역 방송인이다.

그 역시 1994년 약 7개월간 개편으로 김선동 아나운서에게 자리를 넘겨준 바 있지만, 이내 그해 10월부터 ‘전국 노래자랑’으로 돌아와 현재까지 23년, 총 29년 동안 변함없이 MC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27년생으로 올해 졸수(卒壽 90세)인 그는 정정한 모습으로 매주 전국 팔도를 돌며 많은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희극인 출신인 답게 수려하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젊은 오빠’라는 호칭을 얻을 정도로 남녀노소 불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는, 84세에는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열어 ‘최장수 무대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며 젊은 진행자들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송해는 최근까지 KBS2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에 출연하며 희극인 출신 다운 예능감으로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송해가 진행하고 있는 ‘전국 노래자랑’은 시청자 참여의 음악 프로그램으로, 현재 각종 방송국에서 성행하고 있는 음악 예능프로그램의 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남녀노소 누구나 사랑하는 프로그램이다. 그의 위트와 전국 각지의 끼 넘치는 시청자들의 돌발 상황은 10%를 훌쩍 뛰어넘는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베테랑 송해의 진행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전국 노래자랑’하면 송해를 떠올릴 정도로, 그는 한 프로그램의 장수 진행자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허참-이금희 [사진=KBS 제공]


△ “폐지 혹은 하차”…그럼에도 변함없는 ‘국민 진행자’ 허참-이금희

프로그램의 폐지와 하차 등으로 장수 MC의 끈은 놓았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국민 진행자들도 있다.

먼저 가족들이 다 함께 TV 앞으로 모여 퀴즈를 풀고 오락을 즐기게 만들었던 프로그램 ‘가족오락관’의 남자 MC 허참도 무려 26년간 1237회 진행을 맡으며 ‘터줏대감’ 노릇을 톡톡히 했다.

1984년도에 첫 방송을 시작해 지난 마지막 방송이 전파를 타던 2009년까지 26년의 시간동안 허참은 단 한 차례 교체도 없이 매주 안방극장을 찾았다.

당시 “몇대~ 몇!”이라는 유행어를 탄생 시킨 허참은 여성 진행자만 123명 바뀌는 동안 꿋꿋히 한 자리를 지키며 큰 사랑을 받았지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지 돼 많은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가족오락관’ 폐지 후 허참은 현재 MBN ‘엄지의 제왕’으로 3년 넘게 진행하며 또 다른 장수 진행자 기록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18년간 아침 안방을 책임져온 KBS1 ‘아침마당’의 진행자 방송인 이금희가 하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18년간 그의 편안한 진행에 익숙해져 있던 시청자들은 모두 이금희의 하차 소식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금희는 하차 당시 “매일, 감사했습니다”라는 소감을 말하며 눈시울을 붉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7월 1일부터는 KBS 아나운서 엄지인이 바통을 이어받았으나, 18년간 ‘아침마당’을 지켜온 안방마님 이금희가 떠난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침마당’ 시청자 게시판에는 그를 복귀시켜달라는 요청 글이 도배될 정도로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이 많은 상황이다.

현재 이금희는 ‘아침마당’은 떠났지만 KBS 라디오 쿨 FM ‘사랑하기 좋은날 이금희입니다’를 통해 애청자들과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