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 의장성명에 '사드배치' 내용 담길까

2016-07-26 17:21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26일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 결과 문서인 의장성명에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관련 내용이 담길 것이란 움직임이 있어 우리 정부가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RF 외교장관회의 개최. 사진은 앞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윤병세(왼쪽) 외교장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왕이(오른쪽 2번째) 중국 외교부장 등 각국 대표들이 손잡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의장국 라오스는 이날 오후(현지시간) 열리는 회의에서 북핵 등 한반도 문제와 남중국해 등 다양한 역내 정세 현안에 대해 각국 외교장관들이 밝힌 내용을 정리해 성명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각국은 라오스가 마련한 의장성명 초안에 의견을 제기하며 문안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국 등이 의장성명 초안에 사드 배치 관련 내용을 포함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NHK 방송은 의장성명 초안이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복수의 외무장관이 계획에 우려를 표명했다"라고 언급,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의 주장을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드'라는 용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중국과 러시아가 최소한 사드 배치를 시사하는 간접적 표현을 포함시키려 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문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현재까지는 (다자) 회의에서 사드에 관해서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 문제가 실제 성명에 포함된다면 강력한 대북 메시지도 희석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문안에서 사드 관련 내용을 빼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북핵 위협이라는) 본질이 아닌 것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전통적 우호관계를 가진 라오스가 의장국으로서 재량권이 크다는 점도 우리에게 부담이다.

ARF는 회원국인 북한의 목소리도 반영되기 때문에 통상 강력한 대북 메시지가 들어가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초안이 수차례에 걸쳐 회람되면서 내용이 바뀐다는 점에서 실제 문안이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과 미국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만큼 실제 최종 성명에 반영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정부 안팎에 있다.

북한이 연초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상황에서 북핵과 관련해 이전 회의보다 진전된 문안이 나올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북한은 '핵개발은 대북 적대시정책 때문'이라는 기존 주장을 올해도 의장성명에 포함시키려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가 의장국을 맡은 지난해 ARF 의장성명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장관들은 긴장을 완화하고 그 어떠한 비생산적 행동도 자제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며 대부분의 외교장관이 북한에 안보리 결의상 모든 관련 의무의 완전한 준수를 촉구했다고 기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