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기자의 부동산인더스토리] 이태리 수퍼카와 HUG의 분양보증
2016-07-26 15:56
고분양가 문제면 정부가 나서는 게 맞다...HUG는 보증업무에 충실해야
이태리 정부는 금융당국을 통해 이 자동차의 시판을 사실상 불허했다. 속도가 너무 빨라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게 속내였지만 이를 규제할 법이 없었다. 정부는 우회적으로 자동차 보험업계가 이 수퍼카 운전자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도록 종용했다.
당시 보험사가 보험가입을 거부하며 내세운 명분은 자동차의 가격이 일반적인 양산차 가격의 두배가 넘는다는 것이었다. 이 차의 시판을 허용할 경우 고가 자동차 개발이 이따라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수퍼카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거나 하는 이유는 거론되지 않았다.
2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디에이치 아너힐스’(개포주공3단지)의 분양보증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위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가정을 해봤다.
HUG가 분양보증을 거부한 이유는 시공사가 제출한 분양가가 높다는 것이었다. 3.3㎡당 4310만원으로 주변 단지의 분양가보다 13%가 높아 보증 리스크가 크다는 논리다. 이같은 고분양가가 확산될 경우 보증 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고분양가로 인해 서민 주거안정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면 막아야 한다. 정부가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시장 가격 조정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도 서민의 주거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기능을 HUG가 나서서 수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HUG는 주거안정을 위해 공적보증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분양 사업지의 분양성을 근거로 보증 위험을 판단해 보증 업무를 수행하면 된다.
하지만 분양성을 단순히 분양가의 높고낮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상품의 시장가격은 원가와 품질,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된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수요과 공급 상황이다. 가격이 비싸도 공급이 적거나 수요가 많으면 팔린다. 상품성이 있다는 얘기다.
분양가가 너무 높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나서서 정책을 수립하는 게 맞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돼 시장에 개입할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국토부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보증업무 기관이 행정당국의 역할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