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식, 승부조작도 모자라 거짓 진술…자수로 포장한 ‘뒤통수’

2016-07-25 17:53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실을 자진 신고한 KIA 타이거즈 투수 유창식이 경찰 조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KIA 타이거즈 투수 유창식(24)의 프로야구 승부조작 경기가 경찰 조사 결과 한 경기가 아닌 두 경기로 드러났다.

자수로 영구 제명 징계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승부조작도 모자라 소속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팬을 또 한 번 우롱한 뒤통수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5일 오전 9시부터 유창식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자진 신고한 경기 외에 다른 경기에서도 승부조작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유창식은 구단 측에 앞서 자진 신고했던 4월1일 삼성라이온즈와의 경기 외에 같은 달 19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도 승부조작을 했다고 인정했다. 유창식이 승부조작을 벌인 경기는 당초 자수했던 것과는 달리 2경기로 늘었다.

앞서 유창식은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2014년 4월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홈 개막전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1회초 상대 3번 타자 박석민에게 볼넷을 내줬다고 자수했다.

이날 경찰 조사 결과 18일 뒤인 1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도 선발 등판해 같은 수법으로 1회초 3번 타자 조쉬 벨에게 볼넷을 내줬다.

두 차례 승부조작 모두 ‘첫 이닝 볼넷’을 조작하려는 의도에서 내준 볼넷이다.

유창식은 두 경기에서 각각 100만원과 200만원 등 브로커로부터 모두 3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앞서 한 경기에서 받은 금액으로 알려진 500만원보다 적은 액수로 자수했을 때와 진술이 달랐다.

이날 오후 4시께 조사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낸 유창식은 “구단과 팬들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양심에 찔려서, 승부조작이 터지고 나서 두렵기도 하고 그래서 심리적인 상태가 안 좋아서 자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수 때와 달리 경찰서 진술을 번복하며 도저히 진정성을 느낄 수 없게 됐다. 승부조작 경기도 밝혀진 2경기가 맞는지, 브로커로부터 받은 300만원도 사실인지 도대체 진실을 알 수 없다.

유창식이 자진 신고를 한 시점도 의심스럽다.

지난 22일 KBO는 승부조작 발본색원을 위해 8월12일까지 3주 동안 선수단 및 구단 임직원을 비롯한 전체 프로야구 관계자들의 자진신고 및 제보를 받기로 했다.

KBO는 “해당 기간에 자진신고 한 당사자는 영구 실격 하지 않고 사안에 따라서 2∼3년간 관찰 기간을 두고 추후 복귀 등의 방식으로 제재를 감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창식은 곧바로 다음날인 23일 소속 구단에 승부조작 사실을 털어놨고, 24일 KIA는 KBO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KBO의 약속대로라면 유창식은 영구 제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초 자수 진술과는 달리 경찰 조사 결과 거짓 진술로 탄로가 나면서 추후 KBO의 징계 수위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한편 KBO는 25일 유창식에게 우선 참가활동정지 제재를 부과했다. 참가활동이 정지되면 훈련과 경기 등 일체의 구단 활동에 참가할 수 없고 해당 기간 보수도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