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흥행, 속은 곪아 썩은 프로야구
2016-07-22 07:00
며칠 사이, 공식 사과문만 다섯 통이 배달됐다. 숙인 고개를 다시 들기도 전에 또 고개를 숙였다. 프로 스포츠의 근간마저 뒤흔들어 프로야구 34년 역사를 뿌리 채 뽑을 기세다.
잘못도 가지가지다.
어린 아이들의 꿈으로 자리잡은 프로야구 슈퍼스타들이 억대 해외 원정도박 파문으로 무더기 징계를 받더니, 홈런왕 출신 선수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음란행위로 성추문을 뿌렸다.
죄의 무게를 따질 수는 없겠지만, 이정도면 경범죄다.
죄 값을 치르지도 않은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은 선수가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개설에 돈을 대주고 아예 사업장을 차렸다는 코미디 같은 의혹이 불거졌다.
끝이 아니다. 곧바로 전도유망한 현역 선수를 직원으로 고용해 승부조작까지 했다. 또 다른 입단 동기 선수는 아예 각본을 짜고 브로커를 소개해 승부조작을 진두지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가 먼저 판단이 흐린 선수를 유혹한 사례는 있어도 선수가 먼저 나서 승부조작을 제안한 충격적인 사건은 없었다.
심지어 글로벌하기까지 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선수는 원정 시리즈 기간 호텔로 여성을 불러 성추행 혐의를 받고 미국 현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실로 밝혀지면 국제 망신이다.
거짓말 같은 이 사건들이 올해 국내 프로야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김상현(36·kt)은 지난달 전북 익산의 한 주택가에서 자신의 차 안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길을 지나던 20대 여대생의 신고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드라마 같은 야구인생을 살았던 김상현은 곧바로 불명예 방출됐다.
해외 원정도박 사건을 벌인 안지만(33·삼성)은 해외 원정도박으로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 됐고, 그 사이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개설 연루 의혹으로 추가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올 시즌 조용히 눈치를 보며 마운드에 올랐던 안지만은 끝내 계약 해지로 글러브를 벗었다.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성환(35·삼성)은 정킷방 업주가 해외로 도망가 추가 수사에 난항을 겪으며 참고인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여전히 의혹이 남은 윤성환은 올 시즌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국가대표 출신 투수 이태양(23·NC)은 돈을 받고 4경기에서 승부조작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이 사실은 본인도 인정해 태양이 뜨기도 전에 짧은 야구인생이 저물었다.
이태양과 브로커에게 승부조작을 먼저 제안한 문우람(24·상무)은 군 검찰로 넘겨졌으나, 검찰이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 확신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결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악의 위기다.
가장 큰 문제는 바닥에 떨어진 신뢰다. 선수를 믿지 못하는 프로 스포츠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이 재발을 방지하고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도덕적으로 죄의식이 없는 선수들을 어찌 믿고 보며 응원을 할 수 있겠는가.
도려낸다고 도려내지는 것도 아니다. 선수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뼈저리게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으면 언제든 썩은 물은 새기 마련이다.
최고 인기 스포츠로서 흥행의 단꿈에 젖은 프로야구, 암흑기는 선수들에게 뻗은 검은 손의 유혹처럼 자신도 모르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