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짓눌린 한국 자동차·조선업계…세계 최고 수준 임금에도 매년 ‘파업’

2016-07-19 17:59

아주경제 김봉철·이소현 기자 = 한국의 자동차와 조선업계가 ‘노조 리스크’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두 업종은 국내 대표적인 고용창출 산업이자,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주력 산업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노동조합원들 대부분이 고액연봉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자동차·조선업 노조를 가리켜 ‘귀족노조’라고 부르는 이유다.

올해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 한 때 노사 간의 원만한 합의가 예상되기도 했지만, 사상 유례없는 최대 규모의 총파업으로 이어지며 국가 경제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 국내 완성차 5社 평균 임금 9000만원대…일본·독일 압도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평균 임금이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19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스페인·이탈리아 자동차산업의 노동부문 개혁사례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협회가 각국 주요 자동차기업의 재무제표를 조사한 결과,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9313만원으로 세계 최고수준으로 조사됐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일본 도요타는 7961만원(852만엔), 2위 독일 폭스바겐은 7841만원(6만2473유로)으로 한국 완성차 5개사 임금의 84~85% 수준이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저효율·고비용’ 구조로 국내 생산경쟁력 악화 현상이 가시화 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지난 2011년 466만대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로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5.4% 줄었다. 수출 역시 2012년 317만대 이후 감소세로 올해 상반기는 전년 동기 대비 13.3% 하락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 물량 비중도 2006년 65%에서 지난해 38%까지 줄어들었다. 10년 남짓 만에 반 토막이 난 것이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국내 주력 완성차 업체마저 국내 생산물량을 줄이고 해외 생산물량을 늘리고 있는 상황도 노사관계의 부담이 제일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생산 시스템 속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자동차의 생산물량은 갈수록 줄고 고용도 감소하는 현상이 심화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조선업계, 호황기에 임금 대폭 인상…15년 동안 두 배 ‘껑충’

지난해 8조5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조선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 3사의 부채 규모만 해도 65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들 회사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매년 올랐다. 2000년대 조선업 최대 호황기 당시 선박 인도일을 맞추기 위해 사측은 매년 노조의 임금 인상요구를 받아드린 결과다.

국내 조선 ‘빅3’의 평균 임금이 7000만원대로 올라선 것도 2009~2010년이다. 현대중공업이 1995년부터 2013년까지 무분규 기록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도 강성노조가 자리잡고 있다.

각 조선사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직원 1인당 평균 임금은 78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7200만원, 2014년에는 7500만원으로 매년 300만원씩 인상됐다.

부실회계와 비리 혐의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직원 임금도 지난해 7500만원에서 7600만원으로 증가했다.

조선 ‘빅3’ 중 삼성중공업만 매년 임금이 소폭 줄었다. 삼성중공업 직원들 평균 연봉은 2014년 7200만원에서 지난해 7100만원으로 감소했다. 2013년 연봉(7600만원)과 비교해서는 500만원이 낮아졌다.

1980년대 조선강국이었던 일본과 비교해도 한국의 임금 상승률은 수직상승했다.

일본 9개 주요 조선사의 연평균 임금은 2000년 692만엔에서 지난해 730만엔으로 약 5% 올랐을 때 한국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국내 조선 7개사의 연평균 임금은 2000년 3598만원에서 지난해 7415만원으로 106%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조선 산업의 위기탈출을 위해서는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총파업 대신 노사간 대타협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임금협상 연 단위인 교섭 주기를 늘려야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1999년부터 임금협상 교섭 주기를 1년에서 4년으로, 프랑스 르노자동차도 단체교섭 주기를 3년으로 연장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한 미국, 독일, 일본의 자동차업체들은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노사협력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 산업 위기는 아래로부터 찾아오고 있어 파업과 같은 갈등구조가 거듭 발생할 경우, 산업 자체의 경쟁력 둔화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