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드기지 공개로 전자파 유해성 논란 종식되나?

2016-07-18 19:07
미군 괌 기지 사드포대 세계 최초 공개…레이더 전자파, 기준치 훨씬 밑돌아
한반도 요격 실험 전무하고 입지조건도 달라, 진화 어려울 것 지적도

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미군이 태평양 괌 기지에서 운용 중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포대를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대 관심사인 사드 레이더 전자파도 측정하는 등 일파만파 확산되는 국내의 사드 반대 여론을 진화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모두 나서 애를 쓰는 모양새다.

18일 국방부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미군은 이날 태평양 괌 기지에서 운용 중인 사드 포대를 국내 취재진과 군 관계자 등에 공개했다. 괌 기지는 괌 전체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약 181㎡로 미국 워싱턴 D.C.와 맞먹는 크기다.

괌 사드 포대는 미 본토 밖에 실전 배치된 유일한 사드 전력으로, 미군은 지난 2013년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화성-10)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앤더슨 공군기지에 1개 포대를 배치했다. 그동안 임시로 운용되던 사드 포대는 지난해 영구 배치가 결정됐다.

괌 북서부 해안 밀림지역인 ‘사이트 아마딜로’의 평지에 배치된 사드 포대는 요격미사일 48기와 발사대 6개, 사격통제소, AN/TPY-2 탐지 레이더 등을 운용하고 있다. AN/TPY-2 레이더는 경북 성주에 배치되는 레이더와 같은 것이다.

이날 사드 레이더 전자파 측정은 레이더에서 북서쪽으로 전방 1.6㎞ 떨어진 미 태평양사령부 훈련장에서 진행됐다. 사드가 배치되는 성주 포대에서 주민들 거주지까지의 최단 거리가 1.6㎞이기 때문이다.

6분간 측정한 결과 최고값은 0.0007W/㎡, 평균값은 0.0003W/㎡였다. 국내법 상 인체 노출 허용 기준인 10W/㎡의 0.007% 수준으로, 자연 상태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 관계자는 “사드 레이더 위치와 측정 장소의 고도차는 수평에 가깝다”며 “레이더 위치가 더 높은 곳이라면 전자파 수치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해발 약 400m 고지대에 위치한 성주 포대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미다.

사드 레이더는 엄청난 소음의 발전기 2대로 가동되고 있다. 미군은 영구 배치를 위한 건설 공사가 끝나면 소음저감장치를 달아 소음을 낮출 예정이다.

성주 포대의 경우 호크 미사일 레이더 가동용 고압선이 이미 설치돼있어 발전기 소음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미군 측은 설명했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이번 괌 기지 공개로 사드 레이더 전자파 유해성 논란이 종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사실상 자연 상태로 측정됐고, 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미군 측은 “레이더 전자파로 인해 아직 장병이나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사드에 대한 각종 의혹이 쉽게 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뒷받침할 한반도에서 사드의 적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 성공률이 확인되지 않았다. 또 이날 괌 기지를 방문한 취재진에는 전자파나 소음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아 미군 측의 설명을 검증할 능력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욱이 괌 기지의 경우 성주와는 입지조건에서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괌 기지는 주변 2~3㎞ 이내에 민가가 없고 레이더도 바다를 향하고 있다. 전자파 유해성이나 발전기 소음 등 민간인 피해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

반면 성주 포대는 성주읍과 1.5㎞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레이더는 내륙을 향하게 되며 산 아래에는 주민거주지역이 있다. 괌 기지와 달리 성주에서는 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가까운 곳에 사드가 자리 잡게 되는 셈이다.

주한미군 기획참모부장 로버트 헤드룬드 소장은 이날 괌 기지 공개 현장에서 “사드 포대 배치는 지형에 맞춰 다소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한국에 배치될 사드 포대는 괌 기지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성주에 걸린 '사드배치 반대' [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