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기업결합 불허] '지배력 강화' 내세운 당국 앞에 무너진 SK텔레콤
2016-07-18 14:28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금지했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기업결합 자체를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유료방송시장과 이동통신시장에서 경쟁 제한성이 발생한다고 판단, 지난 15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해당 사업자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소명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의 M&A 금지 결정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대기업 간 M&A가 불발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최대 글로벌 M&A 시장을 형성한 미국에서도 경쟁당국의 M&A 심사 엄격화가 현저하게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번 발표자료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해외 기업결합 사례를 참고했다고 명시했다.
공정위가 이번 M&A에서 문제 삼은 것은 유료방송시장과 이동통신시장에서 기업결합 후 발생할 결합상품에 의한 '지배력 강화' 가능성이다.
공정위는 유료방송시장에서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 요금이 10% 인상될 경우 가장 많은 가입자가 SK브로드밴드의 IPTV(인터넷TV)로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합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를 명시하면서 소비자들이 IPTV 사업자를 결정할 때 자신이 가입하고 있는 이동통신서비스와 같은 브랜드를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미국 2위 이동통신사 AT&T가 위성TV업체 디렉TV의 인수합병 승인을 받은지 6개월 만에 결합상품을 출시해 고객 끌어 모으기에 나섰다.
올해 1월 AT&T는 월정액 100달러를 지불하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파격적인 '무제한 요금제'를 5년 만에 부활시키면서 가입 조건을 디렉TV 계약자와 AT&T의 IPTV 유버스TV 가입자로 제한해 경쟁사 고객의 번호이동을 유도했다. AT&T는 무제한 요금제를 미끼로 디렉TV와 유버스TV 가입자를 늘리고, 디렉TV 가입자 중 타 통신사를 이용 중인 고객도 AT&T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펼친 전례가 있다.
올해 3월에 발표된 '2015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이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 무선시장 지배력의 유선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부각됐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을 포함한 결합상품 시장의 점유율이 51.1%로 나타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49.4%를 웃돌면서 시장 지배력의 확대가 일어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 '2015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도 SK군(SK텔레콤, SK브로드밴드)은 방송과 이동통신 결합상품 점유율이 44.8%로 나타났고, 전체 방송통신 결합상품 순증 가입자 비중도 53.9%로 1위를 차지하는 등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이 방송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SK그룹 계열사인 SK증권도 지난 4월 CJ헬로비전 투자보고서에서 결합상품을 통한 아날로그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으로 ARPU(가입자당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혔으며, SK텔레콤 재판매를 통한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증가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이 이뤄질 경우 유료방송시장과 이동통신시장에서 경쟁압력이 크게 감소해 이들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돼 시장에서 독과점 구조가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