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국민백서' 발간, 한계 지적…정병국 "여론조사 모음집 불과"
2016-07-17 19:1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지난 4·13 총선 패배의 원인을 진단하고 국민의 바람을 담은 새누리당의 '국민 백서'가 17일 공개됐다. '국민에게 묻고 국민이 답하다'라는 부제가 달렸다.
그러나 정작 참패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거론한 인물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유일했고, 나머지는 계파갈등과 소통 부재 등을 나열식으로 정리해 '명확한 진단'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그간 언론에서 보도돼 온 새누리당의 문제점과 큰 차별성을 찾기도 힘들었다.
◆ 총선참패 최대 원인은 '계파갈등'
김희옥 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 백서는 새누리당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 위함이 아니다, 냉정하게 우리 현실을 파악해서 미래로 전진하기 위함이다"라고 강조했다고 지상욱 당 대변인은 전했다.
새누리당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온라인상에서의 새누리당에 대한 각종 패러디물과 설문조사 등을 앞장에 배치했다. 특히 새누리당의 '별명'에 대해 '개누리당', '자폐정당-좀비정당', '친박용어사전' 등을 언급하며 당의 부정적 이미지가 깊게 뿌리박혀 있음을 서술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계파갈등'은 최대 원인으로 지적됐다. 출입기자단 중 144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는 공천파동(49%)이 참패 원인 1위로 꼽혔다. 백서에 실린 국민 목소리는 "결국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서 미운털 박힌 사람한테 공천 안 주겠다는 것", "대통령이 친박 비박을 갈랐다"는 비판들이 기재됐다. 유승민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당하는 과정에서 국민은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내용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보다 구체적으로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독단이 민심 이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목했다. 공약 부재, 리더십 부족, 집단지도체제의 한계, 홍보 전략 실패 등도 원인으로 거론됐다.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 보도가 공천갈등, 엉터리 여론조사를 실시간 보도하거나 비판한 것이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줬다는 분석도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는 새누리당을 향한 국민의 바람이 담겼다. ▲진심어린 사과 ▲계파 갈등 종식 ▲수평적 당·청 관계 ▲지도부 리더십 회복 ▲새로운 인재영입 ▲경제 살리기 ▲미래 비전 제시 등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해법은 별도로 수록하지 않았다. 지 대변인은 향후 혁신비대위에서 이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토론을 통해 혁신작업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한계 지적 "이한구 막장공천 뒤 구조적 요인 무시"·"여론조사 모음집 불과"
그러나 일각에서는 백서가 '진박 감별사' 논란 등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갈등을 보다 세밀하게 짚지 않은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8.9 전당대회'의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비박(비박근혜)계 3선 김용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백서가 국민들의 다양한 시각을 담으려 했고 진지하게 패배 원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담으려 했다"면서 발간 자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나름대로 원인 지적은 잘한 것 같은데, 박근혜정부의 불통에 대해 백서에 보다 명확한 책임을 물었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독선과 오만을 지적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구조적 원인을 밝히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며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뒤에는 패권이 있었고, 그 패권을 구성했던 모든 구성원들은 스스로 자숙하고 향후 거취에 대해 신중하고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 대표 출마설이 도는 서청원 의원을 향해 그는 "총선 패배의 책임에서 벗어났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마찬가지로 출마를 선언한 비박계 5선 정병국 의원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나온 백서는 백서를 만들기 위한 기초자료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면서 "형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한 "모든 것을 대통령이 잘못한 걸로 밀어버리고 당내에서 잘못된 여러가지 팩트들이 다 빠졌다"면서 "어떻게 보면 특정세력들이 면죄부를 갖기 위해서 만든 것에 불과하므로 백서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백서는 19일 전국의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발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