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사부터 수시논술까지…대치동 학원가의 뜨거운 여름

2016-07-14 18:43
수능 D-126…수험생 "방학 즐길 여유는 없다"
학부모 "노력한 만큼 꼭 결실 맺길"

14일 오후 4시30분께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학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정용기 인턴기자]


아주경제 정용기 인턴기자 =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오가는 수험생들의 생활리듬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맞춰져 있다. 2017년도 수능을 126일 앞둔 14일, 반수생과 재수생들은 오전 8시부터 학원수업과 자율학습을 위해 입시학원 강남메가스터디를 찾았다. 젖은 머리를 채 말리지 못한 수험생들을 차로 실어 나르는 것은 학부모의 몫이다.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 잊지 않기 위한 암기 시작할 때

출근길에 수험생 딸을 학원에 바래다 준 한 학부모는 “한국사가 핵심위주로 평이하게 출제된다고 하는데 다른 수험생보다 한 개만 더 틀려도 등급차가 날 수 있어서 걱정”이라며 “아무래도 100여 일을 남겨둔 시기가 제일 예민한 때라 부모들의 역할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수능에서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2017년 수능 시행 세부계획’에 따르면 한국사 영역을 응시하지 않으면 수능 성적 전체가 무효로 처리된다. 한국사는 수험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핵심 내용 위주로 평이하게 출제될 전망이다. 총 20문항이 출제되는 한국사는 성적표에 등급만 기재된다.

수험생 정서윤(20)씨는 “한국사는 예전부터 필수과목 얘기가 많이 나와서 미리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기는 했다. 절대평가라 꼼꼼히 공부하지 않으면 등급 차이가 확 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된다. 특히 조선 후기 붕당정치, 독립운동 단체 부분이 어렵게 느껴진다”고 했다.

수험생 석진민(19)씨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공부했었고 ‘전한길 필기노트’처럼 잘 요약돼 있는 수험서가 많아서 수월하게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올해 수능도 준비 가능한 선에서만 바뀌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하던 대로만 잘 준비하면 잘 치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 수능부터 달라지는 점으로는 △한국사 필수 응시 △수준별 수능 전면 폐지 (수학영역은 '가'형과 '나'형으로 구분) 등이 있다.

서울 대치동의 학원가[사진=정용기 인턴기자]


◆수시 합격은 논술 점수가 관건

수능보다 약 2개월 앞서 시작되는 수시모집 준비도 한창이다. 중앙사대부고 재학생 김성현(19)씨는 “다른 과목보다 공부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대학별로 논술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무작정 많이 쓰는 게 상책은 아닌 것 같다. 첨삭 후에도 다시 써봐야 하고 재첨삭을 받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는 수리논술이다. 어떻게 써야할지 감도 잘 안 잡힌다. 연세대 서강대 인하대 등 각 학교 수리논술 출제경향도 달라서 고등학교 1·2학년 때 배웠던 수학을 공부를 병행하면서 논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7년도 수시에서 논술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은 28개다. 지난해와 같은 수치다. 하지만 올해 선발인원은 1만4861명으로 전년 대비 488명 감소했다. 수시에서 논술전형을 실시하는 주요학교들이 논술 배점을 60~70%대로 설정하면서 논술이 수시합격의 당락을 결정할 전망이다.

대치동 학원 입구에 걸린 수능강의 관련 포스터[사진=정용기 인턴기자]


◆수험생에게 방학은 없다

오후 3시가 넘어서자 인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하교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집으로 가지 않고 인근 카페나 분식집으로 향했다. 보통 학원 수업이 5시께 시작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여유를 즐겼다.

‘우리의 여름은 이곳에서 뜨겁다’ ‘죽어라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 등의 문구가 대치동 학원가 입구를 장식하고 있다. 이 일대 중·고등학교가 이번 주 또는 다음 주 여름방학에 돌입한다. 일찌감치 학원들은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운영되는 수업스케줄을 내걸고 수험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중앙사대부고에 다니는 서현준(18)씨는 “내일이 방학인데 이미 학원 스케줄이 나왔다. 2박3일의 짧은 가족여행 후에는 종일 학원에서 수업과 자습을 한다. 학원에서도 방학 시작하자마자 빨리 휴가 다녀오길 권했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에 살고 있는 안미희(47)씨는 "힘든 사람은 공부하는 본인 아니겠나. 부모 마음이야 뭐든 해주고 싶은 거고.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곧 방학이라 쉬라고도 하고 싶지만 쉬지 못한다는 걸 학생들 스스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안씨의 딸 김민선(19)씨는 “올해부터 대치동에 있는 학원을 다니고 있다. 부모님이나 저나 잘하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학원을 오갈 때 힘이 들긴 하지만 이것도 11월이면 끝나니까 참고 다닌다”고 말한 후 학원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