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 현장에 답 있다③] 정부 경제시계, 80년대에 멈췄다…흐름잡지 못하는 한국 경제

2016-07-14 15:34
세계는 게임 등 신규 품목으로 수익 창출…한국은 제조업 중심 경제발전에만 몰두

모켓몬고 사용시간비교[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한국 경제가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회복을 위해 쏟아내는 주요 정책에는 과거 1980~1990년대의 제조업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정부 주도의 新관치경제가 팽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정책, 현실 반영하지 못해

수출은 한국 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던 한국경제의 성장은 과거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계획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맞다. 

그러나 지금은 4차 산업혁명시대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의 창의성이 뒷받침돼야 경제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 주요 경제정책인 '창조경제'에 많은 전문가들이 기대를 건 이유가 그것이다.    

이런 바램과 달리 최근 정부가 내놓은 10대 수출 품목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이다. 정부의 많은 노력과 발품이 필요한 '창조경제'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단기 성과위주의 경제정책이 횡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을 바탕으로 1980년대 제조업 전성시대를 맞고, 1990년대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맞은 학습효과가 이제 우리 경제를 옥죄는 장애물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의 이 같은 80년대식 경제정책 기조는 당분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실제 지난 7일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규 유망수출품목 창출 방안’ 역시 제조업 중심으로 구성됐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전기차, 수소차, 투명하고 휘는 디스플레이, 고강도 플라스틱 소재 개발 등으로만 짜여있다. 세계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수출 품목은 과거 80년대 발상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민단체 경제정책 담당자는 “과거 경제정책으로 지금까지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부족했다”며 “세계시장의 흐름이 변한 만큼, 이를 반영한 경제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인·허가 및 규제중심 시장개입, 新관치 논란 불러

우리와 달리 주요 선진국은 제조업뿐 아니라, 다양한 융합산업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최근 전세계를 강타한 게임 ‘포켓몬 고’도 관련국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게임은 경영악화에 빠진 닌텐도의 부활 가능성을 이야기 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포켓몬 고’는 지난 7일(현지시간) 출시된 이후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모두 75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하루 매출액은 애플에서만 160만달러(약 18억원)에 달한다.

모바일뿐 아니라, PC게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전국의 PC방은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오버워치’가 휩쓸고 있다.

그러나 한국산 게임이 세계를 뒤흔들며 수익을 올리기는 당분간 힘들어 보인다. 정부와 정치권의 게임에 대한 무차별적인 규제로 게임업계 때리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시장개입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특히 규제혁신을 외치던 현 정부는 오히려 각종 인·허가권을 내세워 융합산업을 막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CJ헬로비전의 합병불허 결정이다. 공정위는 경쟁제한,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라는 명분으로 합병을 불허했지만 시장에서는 유료방송시장의 특성을 무시한 관치라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서별관회의'는 新관치경제의 정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서도 남기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된 이 회의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방안에 대한 정책결정이 이뤄졌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규제로 산업혁신을 막는다"며 "글로벌 경제속 한국의 현실은 암울하다. 규제 공화국의 현실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