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노사간 양보 없는 ‘하투(夏鬪)’…남는 건 공멸뿐
2016-07-12 15:07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이른바 ‘하투(夏鬪)’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산업계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노조 리스크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매년 치러지는 연례행사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그 어느 때보다 산업계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여건이 좋지 않아서다.
특히 전 세계적인 ‘수주 가뭄’으로 허덕이고 있는 조선업계의 상황은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 조선소의 상반기 수주실적은 83만CGT(27척)으로, 작년 같은 기간 685만CGT(151척)에 비해 무려 88% 줄어들었다.
이는 역대 최저를 기록한 1999년 상반기 651만CGT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국내 조선업 몰락의 원흉으로 꼽히는 해양플랜트 사업은 1년 7개월째 신규 수주가 전무한 상태다.
역설적이게도 이번 하투의 선봉에는 가장 업황이 안 좋다는 국내 조선사 노조가 자리 하고 있다. 지난주 전면 파업을 실시한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이번 주에도 강경 투쟁을 이어간다. 오는 15일에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함께 연가투쟁도 벌일 예정이다.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 노조는 13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두 회사 노조가 설립된 1987년 이래 같은 날 동시에 파업 찬반투표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두 회사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결의하면서 공동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산업계 전반의 위기는 글로벌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경영진의 책임도 크다.
이 가운데 조선업의 경우, 막대한 자금을 대책 없이 쏟아 부은 정부와 국책은행 역시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노조는 모든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며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파업의 승자는 없다는 점이다. 상처뿐인 승리만 남게 된다. 사측도 진정성 있는 접근과 설득에 나서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양보와 배려가 가장 필요한 때라고 본다. 파업이라는 ‘치킨게임’의 결과는 공멸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