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거나 혹은 작거나'…유통업계 소비 양극화
2016-07-12 00:01
아주경제 안선영·박성준·김온유 기자 = 최근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 SNS 등에서 관련 정보를 얻은 '똑똑한' 소비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식음료 제품은 유통기한이 짧고 개봉 이후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깔끔하게 포장된 소용량 사이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한번 사면 오래 쓰는 화장품과 생활용품은 용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춘 대용량 제품의 판매가 상승세다. 업체들은 기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제품 위주로 대용량 화장품을 선보여 개발비와 홍보비는 절약하면서 매출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유통 전략도 기존 제품과 다르다. 900㎖의 쁘띠첼 미초가 주로 3~4인 가구를 대상으로 대형마트에서 판매됐다면, 쁘띠첼 워터팝은 올리브영과 편의점에서 생수, 탄산수와 동반 진열해 판매하고 있다.
빙그레는 최근 카톤 아이스크림 '투게더'의 1인용 프리미엄 신제품 '투게더 시그니처'를 출시했다. 용량은 110㎖로 오리지널(900㎖)의 1/8 수준으로 줄이고, 100% 국내산 3배 농축우유를 사용해 맛의 고급화에 집중했다.
유통업계에서는 1인 가구 증가에 맞춘 소용량 과일이 핫상품으로 떠올랐다.
수박의 경우, 보통 한 통의 크기가 6~7㎏에 달해 1인 가구가 먹기에는 부담되는 양이다. 조각형태의 제품은 보관과 운반에 어려움이 많다.
이에 롯데슈퍼는 지난달 일반 수박의 4분의 1 크기의 애플수박(1.4㎏)을 내놨다. 한두번 먹기 적당한 양이며, 음식물 쓰레기 발생이 적은 것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애플수박을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올해 소용량 과일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 중 독신 상권이 27%를 차지해 일반 주택가(12%) 상권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는 점도 소용량 제품 출시를 앞당긴 요인으로 작용했다.
식음료 제품과 달리 헤어케어 제품은 대용량이 인기다.
르네휘테르는 '포티샤 샴푸 1200㎖ 밸류 세트'를 제작해 판매 중이다. 기존 200㎖ 제품을 단품으로 구매했을 때보다 최대 37% 저렴하다.
올리브영은 프랑스 브랜드 이브로쉐의 '라즈베리 헤어 식초'의 대용량을 시장에 내놨다. 국내 출시 1년 만에 판매 40만개를 돌파하는 등 수요가 높아 대용량 제품이 특별제작 됐다. 기존 150㎖(9900원)에서 400㎖로 용량은 2.6배 늘리고, 가격은 1만1900원으로 용량대비 약 45% 낮췄다.
이 같이 양극화되는 소비 패턴에 대해 정순희 한국소비자학회장(이화여대 교수)은 "지금 소비자들은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는 일에 있어 이기적인 소비행태를 취하고 있다"며 "자신의 여건에 최적화된 상품을 고르고 구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