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판결 임박....중국인 90% "중국 측 입장 지지"

2016-07-11 11:02
중국인 다수 "미국이 남중국해 갈등 조장했다"
'뿔난' 중국 남중국해서 실전같은 훈련 전개도...'아슬아슬'

中중국중앙(CC)TV가 9일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에서 전개되고 있는 중국 해군의 대규모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사진=연합/CCTV]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12일 판결을 앞두고 중국과 미국 등 관련국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은 중재재판소가 관여할 문제가 이니다"라는 입장으로 중국인 10명 중 9명이 중국 측의 태도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최근 나흘간 베이징과 상하이 등 7개도시와 하이난(海南)성의 18세 이상 주민 14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조사결과 남중국해 중재안에 대한 중국 측의 '불참여·불수용·불승인' 입장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88.1%에 달했다.

또, 상당수 중국인이 남중국해 분쟁 격화의 '원흉'으로 미국을 꼽았다. 조사 대상자 중 60% 이상이 "남중국해 정세 변화의 배후에 미국이 있고 미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를 위협한다"고 생각했다. 또, 이들은 미국의 행위는 중국의 남중국해 주권과 해양권익을 침해한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이 왜 남중국해에 개입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70.1%의 응답자가 "패권주의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고 66.3%는 "중국의 평화 굴기를 막으려는 의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64.3%는 "미국의 아시아재균형 전략에 따른 행보"라고 생각했고 59.7%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각국이 미국의 힘을 빌어 중국에 대항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재재판소 판결을 미국이 좌지우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96.1%가 "미국이 남중국해와 관련해 중국에 가하는 압박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95.2%는 "중국 정부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90%에 가까운 응답자가 "중국 정부가 외부적 잡음을 없애고자 남중국해를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후이(何輝) 베이징외국어대학 역사·언어 전략연구소 소장은 "남중국해 영토분쟁과 중재안 수용여부 등에 대한 민중의 강력한 지지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이는 중국 당국이 다음에 내딛을 발걸음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평가했다. 대중의 지지만 있다면 정책 결정이 부작용을 초래하더라도 당국이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정치, 경제, 심지어 군사적 수단까지 동원해 외부세력에 대항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재재판소가 필리핀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중국은 관영언론을 중심으로 판결을 수용하지 않을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설문조사를 통한 민심으로 이를 보여줬고 앞서 인민일보는 논평을 통해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은 휴짓조각이 될 운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판결을 앞두고 중국은 지난 5일부터 남중국해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벌이며 '무력시위'도 이어가고 있다. 중국중앙(CC)TV가 최근 공개한 훈련영상에서 중국의 최신형 전략폭격기 훙(轟)-6가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훙-6는 공중급유를 받으면 초음속 대함미사일 잉지(鷹擊)-12를 싣고 날아가 미국 괌 폭격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이번 훈련에는 남해·동해·북해함대 등 중국 해군 3대함대와 군함 100여척, 잠수함 등이 투입됐고 우성리(吳勝利) 해군총사령관 등 상장(대장)급 4명이 직접 작전을 지휘했다. 훈련은 11일까지 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