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주식시장의 다윗과 골리앗
2016-07-10 08:00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최근 방송중인 tvN 드라마 '38사기동대'는 세금 징수 공무원과 사기꾼이 합심해 편법으로 부를 축적하면서 상습적으로 탈세를 하는 악덕 체납자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한다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이유는 평범한 소시민이 불법을 일삼는 사회적 강자를 응징한다는 것이 주된 통쾌한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나마 드라마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안타깝지만 현실에서는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은 절대적 약자인 이른바 개민들에게 '무덤'으로 표현될 정도다.
지금도 주식시장에서 절대 강자인 기업과 상대적으로 약자라 할 수 있는 소액주주들 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 소액주주들은 회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권익이 묵살됐다며 법적 다툼을 준비하고 있다.
옛 해태제과 소액주주들도 해태제과식품의 재상장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양화대교 고공농성, 길거리 집회, 손해배상 소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잘못된 기업 경영으로 손해를 본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다. 이 회사 소액주주들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상태이지만, 아직 법원의 판결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삼성SDS 소액주주들도 물류사업 분할 소식으로 주가가 급락한 데 대해 자사주 매입과 중간배당 등을 통한 주가회복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오래 전부터 주식시장 이곳 저곳에서 기업과 소액주주들 간 갈등과 다툼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싸움의 결말은 보통 법원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기 마련이다.
법원이 기업과 소액주주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 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리고 법적으로 따진다면 약자인 소액주주가 반드시 옳고, 강자인 기업이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있다.
다만 기업의 경영인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법이 아닌 도덕적인 면에서도 생각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라고 외쳤던, 증시 상장 당시의 초심을 떠올려 봐야 한다.
기업 경영의 최대 목표는 당연히 기업의 이익 실현이다. 그러나 이익을 실현하는 방법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일이라면 기업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이다.
거짓 공시나 분식회계 등의 극단적인 잘못을 저질렀다면 말할 것도 없다. 소액주주들은 분명 기업과 경영진을 믿고 투자를 했지만, 정작 기업은 그 믿음을 외면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적인 신념과 무관하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약자가 절대 강자를 이길 수 있다는 대표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그런 일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듯 하다.
결국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다. '38사기동대'와 같은 드라마나 영웅이 등장하는 액션 영화 등을 보며 대리 만족을 해야 할 뿐이다.
식상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애시당초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하기 위해선 기업 스스로 약자를 배려하는 경영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소액주주들을 보호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명확히 마련해야 하며, 이 부분에서는 새로 문을 연 20대 국회가 앞장설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이 개미들의 무덤이 되도록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