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 한국서 문제 첫 제기...묵인한 정황 포착
2016-07-06 14:36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 폴크스바겐의 '유로5'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인한 문제가 한국에서 처음 제기됐지만 이를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최기식 부장검사)는 2010∼2011년께 폴크스바겐 독일 본사와 한국법인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 사이에 오간 이메일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정황을 잡았다.
폴크스바겐은 EA 189 디젤엔진을 장착한 유로5 차량을 2007년 12월 국내에 들여와 판매했다.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소프트웨어 2개를 탑재해 인증시험 모드에서는 유해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덜 배출하고 실주행 모드에서는 다량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된 차량이다. 한국에선 12만대, 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 팔렸다.
환경부는 2010년 말 국산 디젤 차량이 에어컨 가동 등 특정 환경에서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하는 사실을 파악했다. 환경부는 이듬해 제조사에 원인 규명과 함께 개선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수사 과정에서 당시 폴크스바겐 한국법인이 독일 본사에 환경부 조사 결과와 관련한 사항을 문의하고 본사가 이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 등 관련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
당시 AVK 총괄대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트레버 힐(54)씨였고 AVK 산하 폴크스바겐 판매부문 사장이 박동훈(64)씨였다.
독일 본사가 보낸 이메일 중에는 EGR 소프트웨어로 유해가스 배출량을 조절했음을 암시하는 내용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다수 제조사는 환경부 요구를 성실히 이행했으나 유독 폴크스바겐은 자료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며 버텼다. 이에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측의 자료 제출 거부로 끝내 원인 규명을 하지 못했다.
현재 검찰은 폴크스바겐 측이 이미 그 이전에 유로5 차량의 실정법 위반 가능성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됐는데도 판매를 강행했다면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에 더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사기 혐의를 적용된다.
박 전 사장은 조사에서 "조작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대표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상황에 따라 추가 조사 가능성도 있다.
이어 감찰은 조만간 독일 출신의 요하네스 타머(61) 현 AVK 총괄 대표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힐 전 대표에 이어 AVK 대표로 취임한 그는 미인증 차량 수입, 연비·소음 시험성적서 조작 등 그동안 확인된 여러 불법행위의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