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측 난무하는 사드 후보지…국방부는 ‘모르쇠’ 일관

2016-07-05 18:19
평택·칠곡 등 유력 후보지 거론에 지역주민 반발 커져
군 당국 “결정된 것 없으니 보도 자제”…지역 민심 외면한다는 비판도

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가속도를 내면서 최종 지역 선정을 놓고 각종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국방부에 책임을 묻는 비난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한미공동실무단이 사드 배치 관련 막바지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한미 양측은 사드 배치 지역 및 발표 시기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이날 현재 경기 평택과 경북 칠곡 등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평택은 사드가 배치될 경우 인구 및 주요 시설이 밀집돼있는 수도권 방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비교적 휴전선과 가까워 유사시 북한이 사드를 우선 파괴하는 전술을 쓸 경우 사드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칠곡은 주한미군 핵심 병참기지가 몰려 있는 캠프 캐롤이 있어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다만 거리상 수도권 방어가 어렵다는 제약이 있어 칠곡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수도권 방어보다는 평택 미군기지 보호용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외에 전북 군산과 강원 원주 등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문제는 확정되지 않은 억측이 난무하자 후보지 물망에 오른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환경오염과 안전문제 등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 사드를 가동할 때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지는 것이다. 국방부는 “사드 레이더로부터 100m 이내만 조심해야 할 구간”이라며 주민들에게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민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안전문제뿐만 아니라 지역발전 저해 우려도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주민들은 “사드가 배치되면 지역 주민의 재산권과 생존권은 붕괴되고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5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사드 한국배치 반대 전국대책회의(준)’도 출범했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군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공동실무단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협의 중에 있다”며 “발표 시기와 배치 지역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아직 결정된 바 없으니 보도를 자제해달라”고만 당부할 뿐 어떤 추가 설명도 없었다.

이에 따라 국방부에 책임을 묻는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미공동실무단이 논의를 시작한 지 3~4개월이 지나도록 국방부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억측이 난무하게끔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프랭크 로즈 미국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가 한국을 방문,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만나면서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 논의를 마무리 짓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로즈 차관보는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미사일방어(MD) 담당 부차관보를 지내는 등 사실상 미국의 MD 정책을 총괄 지휘하는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사드 한국 배치 반대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