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STX조선해양이 협력사 납품대금 지연에 이어 직원들 급여도 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TX조선은 5월 임금의 절반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STX직원들은 이마저도 기존 급여일인 6월 초를 지나서 월말이 돼서야 입금을 받았다.

STX조선 관계자는 “법정관리 때문에 직원 월급도 회생 채권을 묶이게 됐다”면서 “전체 급여의 50% 정도가 3주가량 늦게 지급됐다”고 말했다.

관건은 임금 체불이 얼마나 장기화되느냐다. STX조선 직원 수는 올해 3월 기준 2100여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 기업은 몇달씩 월급 나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 “협력사 대금도 밀려 있는데 직원 월급만 100% 다 받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STX조선 측은 건조 중인 선박을 최대한 빨리 인도해 직원 급여 문제와 기자재 업체들의 결제대금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STX조선은 협력업체에게 납품대금을 주지 못해 몸살을 앓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기업회생절자 개시일 이전 채권은 회생 채권으로 묶여 지급이 전면 중지된다.

지난달 7일 법정관리가 시작된 STX조선의 경우, 기자재 업체 300여곳이 2000억원대의 대금을 못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에 따라 STX조선 납품업체들은 STX조선과 서울중앙지법에 5월 납품분에 대한 선지급을 요구한 데 이어 지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자재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STX조선 협력업체인 ㈜포스텍은 이날 자금난으로 창원지법 파산부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STX조선 주요 협력업체 중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은 포스텍이 처음이다.

중장비 대여·기자재 공급 등을 하는 포스텍은 STX그룹 자회사였다가 그룹이 해체되면서 분리됐다. 지금도 STX조선해양과의 거래액이 매출액의 70%를 차지한다.

STX조선은 지난 2013년에도 STX다롄 부도로 지역 기자재업체 67개사가 1184억원 규모의 납품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바 있다.

기자재 납품이 파행을 겪게 되면 기존에 수주한 선박 인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현재 STX조선은 법정관리 신청 이후, 아직 건조를 마치지 않은 55척의 건조 타당성을 검토했고, 예상되는 건조 비용이 계약금보다 큰 14척의 계약 취소를 추진해왔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저가수주 물량을 정리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선박 건조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법원이 STX조선 법정관리인을 이병모 전 사장에서 장윤근 전무로 교체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업 전문가인 장 전무가 발주처와 협상을 진행하기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전무는 이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대우조선해양 출신으로 지난해 STX조선에 입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