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기자의 전통시장 생생 탐방기 ⑩] 문산 5일장, 전통시장의 온정은 어디로 가나
2016-07-13 00:01
아주경제 방성식 인턴기자 = “일산은 벌써 비 온대 빨리 방수포 쳐야 혀” / “서울은 아직이라는데?”
4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5일장은 오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구름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던 상인들은 부리나케 일어나 비 맞을 준비를 했다. 삶은 옥수수를 팔던 키 작은 아주머니도, 직접 캐온 감자를 가져온 허리 굽은 할머니도 노련한 솜씨로 방수 텐트를 세웠다. 수십 년간 장을 열어온 경험에 비하면 궂은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4와 9로 끝나는 날에 열리는 문산장은 정착된 지 30년밖에 안 되었지만 파주 내에선 가장 규모가 큰 5일장이다. 상인 수도 80명가량 되며, 상설 시장인 문산 자유시장 부지에서 열려 방문객도 많은 편이다.
“요거 한 번 보고 가세요. 무를 세로로 갈면 무쌈이 되고 가로로 자르면 냉면 김치가 돼요. 탑채칼 하나면 30년 40년은 끄떡 없어요.”
탑슬라이스 김상근 과장의 화려한 손놀림에 무쌈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백화점이나 마트에 입점하기엔 유통비가 부담스러워 직접 시장에 가져와 시중가보다 싸게 판매한다”고 했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일도 목격됐다. 이날 시장 골목에 검은색 그랜저 차량이 무리하게 진입하다 청과물 상점에서 진열해 놓은 완두콩 한 그릇을 밟고 지나가는 사고가 있었다. 운전자가 보상하겠다며 상인에게 1만원을 건넸지만, 상인은 3만원은 받아야겠다며 차량 앞을 막아서고 목청 높여 소란을 피웠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저게 무슨 3만원이나 받아야 될 일이냐”고 힐난했으나 상인은 끝내 3만원을 받아냈다.
이 총무는 “5일장은 작은 세계나 마찬가지다. 별의별 사람이 모이는 곳인데다 이해관계도 복잡하다”고 말했다. 작게는 목 좋은 상가를 선점하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5일장 상인과 상설 시장 상인을 융합하는 것까지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침체된 지역 경기도 우려스럽다. 시장부지에 위치한 한 상가는 입주 상점이 거의 없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2층엔 문을 연 곳은 노인정 하나였다. 형광등도 안 들어와 어둑한 복도엔 ‘임대문의’라고 적인 낡은 종이쪽지만 가득했다.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지 공용 화장실도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었다. 노인정 관리인은 "여기 이렇게 된 지 오래됐어 돈이 안 벌리니까 사람이 안들어오지"라고 중얼거렸다.
다른 상가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유동인구는 상가 주변 할인마트에 주로 몰렸다. 자연히 시장을 찾는 발걸음은 줄어든다.
이 총무는 “경기가 안 좋으니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 날이 갈수록 매출이 주는 게 느껴진다”면서 “몇 년 새 시장 부지에 할인마트가 세 개나 들어섰다. 젊은 사람들이 마트만 찾아가 우리는 노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쓸쓸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