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책임"…안철수의 세 번째 '철수정치'
2016-06-29 15:41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가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가 29일 4·13 총선 리베이트 수수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하면서 국민의당은 지난 2월 창당 이후 5개월여 만에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이로써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안 대표는 두 번의 대표직 사퇴와 한 번의 야권 대선 후보 사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2012년 대선후보 사퇴에 이어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7·30 재보선 패배 결과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등 주요 국면마다 '철수정치'를 반복, 대통령 후보 안철수의 이미지는 이미 크게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열어 자신의 거취 문제를 지도부와 논의한 뒤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라며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안 대표는 전날(28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 의원들에게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의원들의 만류로 일단 사퇴 발표를 보류한 뒤 다음 날 최고위에서 다시 논의키로 했었다.
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의 충정에서 나온 여러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저희는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며 당의 '새 정치' 이미지가 이미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그동안 안 대표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의원을 고발한 때부터 김·박 의원 징계를 두고 당내에서 신중론과 강경론이 맞서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안 대표는 존재감이 없었고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왕주현 사무부총장이 구속되고 김수민·박선숙 의원(비례대표)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호남에서 안 대표 지지율이 떨어지고 당이 크게 휘청거리자 안 대표가 '뒤늦은 강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직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신당에 부담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당 지도부는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서 의원의 비위를 알고도 공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민 정서에 기초한 윤리적 잣대가 아닌 '정무적 판단'으로 서 의원의 공천을 지시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책임론은 당내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더민주 한 관계자는 지도부 책임론과 관련해 "(김·박 의원 의혹과) 사안이 다르다"며 "김·박 의원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서 의원은) 2년이 지나면 징계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데도 최소한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내린다고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와(왼쪽부터)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