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삼성의 인사혁신, 과거 '세븐일레븐' 재연되지 말아야

2016-06-28 15:04

      박선미 산업부 기자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삼성전자가 또 하나의 혁신을 선언했다. 이번에는 조직문화다. 지금과 같은 수직적 명령체계로는 더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올 여름부터 평일에도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기로 했고 임직원 간의 공식 호칭도 바꾸기로 했다. 예를 들어 ‘홍길동님’ ‘홍길동 프로’ 하는 식이다.

사원 과장 차장 부장 등으로 분류된 직급도 7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한다. 기수 문화가 강한 삼성의 조직문화 대신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처럼 수평적이고 창의적으로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의 변화가 성공할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시행했던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같은 사례를 예로 든다. 이 제도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오전 7시에 출근해 밤 11시까지 일해 '세븐 일레븐'이라는 신조어를 남겼다.

디자인 및 연구개발 인력을 중심으로 자율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어도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는 없다는 푸념도 나왔다.

보다 가까운 예도 있다. 지난 3월 '스타트업 삼성 컬쳐 혁신' 선포식 때도 비슷한 모습이 있었다고 한다. 행사 진행자가 "스타트업 삼성"이라고 외치자, 직원들이 일제히 팔목에 찬 전구팔찌에 불을 켜 '스타트업' 글자가 보이도록 했다.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자는 자리에서도 기존 조직 문화가 여전했던 것이다.

‘변화와 혁신’은 이 시대의 화두다. 기업과 공직사회, 대학 등 전방위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은 익숙한 것을 떨쳐내야 하고 많은 노력과 시간이 뒤따라야 한다.

수십 년간 쌓아 온 기업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연공주의를 허문 이번 개편안은 분명 권위주의에 젖은 대기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거대 기업 삼성전자라 할지라도 스타트업과 같은 역동적 조직문화가 뿌리내려야 글로벌 IT기업의 위상을 이어갈 수 있다. 이번 혁신에서 삼성전자의 남다른 의지와 추진력이 필요한 이유다.